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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나고 헤어지는 인연들에 대하여 2025-03-0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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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에서 만난 인연들을 정리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도 일년 넘게 연락을 하며 지냈는데, 이젠 나도 내 삶을 살아야 해서 바쁘기도 하고, 평택까지 날아가는 것도 이젠 힘들기도 하고.

더 이상 그들을 챙겨주지 못할 것 같아 미안한 마음으로, 잠시동안 헤어져 있자고 문자를 보냈다.

학창시절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쉽게 사람들을 만나고, 또 쉽게 사람들과 이별한다는 것이다.


한동안 조용히 오전 알바를 하며, 나머지 시간에는 산책도 하고, 오후 알바도 구해보고, 공부도 하고, 소설도 쓰며 그렇게 단순하게 지내보려고 한다.

내 방을 얻은 이유가 그것인데, 그동안 너무 사람들 때문에 바쁘게 지냈다.


아버지의 방에서 하나 하나 내 짐을 챙겨서 내 방으로 옮기고 있는 중이다.

아버지의 방이 너무 좁아서, 내 물건을 옮겨줘야 할 것 같아서.

내 방은 텅 비어있고, 아버지의 방은 비좁다.


창문을 열었더니 선선한 봄바람이 들어온다.

이젠 정말 봄이 왔나 보다.

얇게 입고 외출해도 그다지 춥지가 않다.


겨울 코트와 오리털 파카를 세탁소에 맡겼다.

이젠 옷장 정리를 해야 할 시기인가 보다.


아버지가 내 옆에 계셔 주셔서 든든한 요즘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지?

라고 고민할 때마다 아버지는 나에게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잘 될 거라고 말씀해 주시곤 한다.

언젠가 아버지가 먼저 떠나실텐데, 그때는 조금 많이 외로울 것 같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

이별하지 않는 인연은 없다.

나는 의도적으로 때가 되면 사람들과 이별을 하는 편이고, 그렇게 혼자 지내다 보면 또 다른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 그렇게 무한반복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이젠 조금 쉬엄쉬엄 살고 싶은데, 그렇게 될 지 잘 모르겠다.

끝없이 병원에 오랜기간 치료를 받으러 다녀야 하기 때문에, 이제 정규직 회사 생활은 사실상 어렵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도 이젠 피하려고 노력한다.

고객상담은 사실 스트레스가 많은 직종이다.


오늘 두 시간 반동안 마트 캐셔 일을 했다.

오전 아르바이트로 집 앞 마트에 취직했다.

적응만 하고, 내 몫의 일을 잘 하게 되면 괜찮을 것 같다.

십년 쯤 전에 평택에서 살 때 잠시 마트 캐셔 일을 해 본 적이 있다.

몇달 밖에 안 하긴 했지만, 그 경력 덕택에 이번에 알바를 구할 수 있었다.


남들이 볼때 시시한 일만 하는 내가 아버지에게 미안해서, 종종 아버지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한다.

아버지는 아니라고, 다 똑같다고 하신다.

좋은 소설 쓰라고 하시며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는 문학 이야기를 짧게 들려주실 때도 있다.


오늘 몇몇 지인들에게 이별 통보를 하고,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편한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내일까지 숙제해야 하는데, 공부가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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