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있다. 오늘은 이 책 한 권만 읽을 생각이다. 친구들은 이 책은 독자를 점점 늪으로 빠져들게 만든다고, 그래서 읽고 나서 감정이 좋지 않았고, 다른 사람까지 늪 속으로 빠지게 하고 싶지 않아서 지인들에게 추천하지 않는다고 나에게 말했다. 불편한 책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오늘 읽어보기로 했다. 얼마나 불편한지, 어떤 내용인지.
어제 저녁부터 오늘 점심 때까지 몸이 좋지 않았다. 오전 알바를 다녀와서 한 시간동안 푹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조금 나아졌다. 그래서 오늘은 무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커피를 마시고 있다. 달달한 바닐라라떼 분말 커피를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고 있다.
단순하게 사는 요즘이다. 일도 별로 하지 않고, 소비도 많이 줄이고, 내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요즘이다. 건강은 괜찮았다가 갑자기 어딘가가 아팠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아픈 부분은 대체로 사소한 부분들이라 다행이다. 이제 더는 풀타임 직장을 다니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보통 사람들이 자기만의 루틴이 깨졌을 때, 오래 전의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해 생각한다고 한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소설이라는 단어를 마음속에서 끄집어내지 않고 살다가, 아프면서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좋아하는 공부는 뭔가 결과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즐길 수가 있어서 좋다. 아직 소설 쓰는 건 잘 못한다. 뭘 써야 할지, 이십 대 때와 달리 지금 오히려 더 막막하다.
요즘은 독서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채식주의자가 아니지만, 이 책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채식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되겠지. 독서를 하면 나의 입장과 다른 주인공의 입장이 보여서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자동차를 팔고 내 인간관계를 정리했다. 주기적으로 나는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편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뭔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좋다. 사람에 끌려다니는 생활은 때로는 재밌고 좋지만, 때로는 지치고 힘들기도 하다. 그러나 세상은 혼자 살 수는 없다.
오전에 마트 아르바이트를 하며 인사하고 지내는 직원들이 몇몇 생겼다. 그렇게 또 새로운 인간관계가 맺어진다. 나는 주로 일을 하며 인간관계를 맺고, 일을 끝내고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그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편이다.
마트 입사를 하며, 점장이 내게 물었다. 혹시 풀타임 가능해요? 라고. 나는 공부하는 게 있고, 오후에 병원가는 날들이 있다고 답했다. 결국, 풀타임 대신 아르바이트로 결정됐다.
무슨 공부해요? 자격증 공부해요? 라고 점장님이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취미로 하는 공부라고 답했다.
책상에 놓아둔, 읽다가 만 <채식주의자>를 읽어야 하는데, 오늘따라 자꾸만 놀고 싶다. 아직 바람은 조금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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