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쓸 소설에 대한 낙서를 끄적였다. 카페에 와도 내 방에 있는 것과 별반 차이는 없다. 다만, 낙서를 조금 더 자연스럽게 했다. 봉천역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사건이 너무 밋밋하다는 것. 그리고 개성있는 캐릭터로 만들지 못했다는 것. 작의가 조금 부족하다는 것. 사실 이 소설은 멍하니 생각하다가 써 보겠다고 생각한 거라서 모든 게 부족하다.
새 소설을 쓰겠다고 하는 나에게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니 이야기를 써 봐. 라고. 그래서 웃었다.
십 몇 년 동안 많은 일들을 겪으며 살았는데, 막상 내 이야기를 쓰려고 하니 머리가 멍해져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들 중 하나를 끄집어 냈다. 앞으로도 내가 살아온 삶들 속에서 사소하게나마 하나씩 하나씩 뭔가를 끄집어 내어 소설을 쓰고 싶다.
직장을 그만두기로 했을 때, 나는 이제 소설이 잘 써질 거라고 생각했다. 많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그건 그 순간의 생각이었을 뿐, 직장이라는 고통의 근원이 사라지니 나는 다시 나태해졌는지 뭘 써야 할 지 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삶에는 적당한 고통이 필요한 것일까. 적당한 고통은 삶에 자극이 되는 것일까.
한가하게 창문을 통해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낮은 건물들을 바라보고, 가끔 산책하는 개들을 바라보며 밀크티를 천천히 마시고 있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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