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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여유, 시간, 그리고 추억들2025-03-1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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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여유있고, 자유로운 시간도 많아서 추억을 만들기에 더없이 좋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통장 잔고는 늘 부족하지만, 십년 넘게 누려보지 못한 시간의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차를 팔아서 아버지가 우울해 하실까봐 걱정했는데, 아버지도 삶이 만족스러우신지 항상 행복한 미소를 띄고 계신다.

아버지의 연세로 79살까지는 돈으로 효도했고, 이젠 건강이 따라주지 않으니 마음으로 효도를 하겠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웃으셨다.


직장을 그만두고 처음에는 책상에 앉아서 소설 한 편 읽기도 힘들었는데, 이젠 꽤 많은 시간들을 책상에 앉아 보내고 있고, 그 시간들이 익숙해졌다.

친구들은 나에게 대인관계를 넓히라고 조언하기도 하지만, 아직 나는 딱히 그럴 생각이 없다.

그냥 혼자 방에서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낙서도 하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2022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살아있는 당신의 밤>을 읽었다.

나에게도 어떤 사랑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결혼을 했던 남자가 나에게 유일한 사랑이었고, 그 남자와 헤어진 후 나는 더 이상 사랑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다시 전남편을 만난다면 반가울까 상상해 봤다.

하지만 전혀 반가울 것 같지 않았고, 이젠 완전한 타인으로 느껴질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사랑이야기를 소설로 쓰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와 소중한 추억들을 만들어가며 살고 있다.

소소한 일상의 추억들을.

집 근처를 휠체어를 밀며 함께 산책을 하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필요한 것들을 함께 사고, 장을 보기도 하고, 아버지를 위해 좋아하시는 음식들을 만들기도 하면서 나는 얼마나 남았을지 알 수 없는 한정된 아버지와의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고 있다.


내 건강을 추스르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동안 너무 달려와서 망가진 내 건강을 회복하며, 그동안 보고 느끼지 못했던 소중한 내 일상의 행복들을 느끼며 사는 요즘이 나에게는 참 소중한 시간이다.


돈을 어느 정도 벌어본 적도 있었고, 지금처럼 별로 벌지 못한 적도 있었다.

많이 벌 때에는 체력이 딸려서 그만큼 지출이 많았고, 그래서 저축을 하지 못했다.

적게 벌 때에는 체력은 좋기 때문에 지출을 줄이고 웬만한 것들은 내가 하면서 살았지만, 돈이 없으니 저축은 하지 못했다.

결국은 인간은 버는 만큼 쓰게 되어 있고, 저축은 한계가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많이 벌려면 몸을 혹사해야 하고, 그러면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남의 노동력을 사야 한다.

만들어진 반찬들을 사거나, 가공된 뭔가를 사거나, 하는 방식으로라도.


오십대가 되니 이젠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이 든다.

건강도 더 이상 나빠지면 안되고, 이젠 무리하면 바로 피곤해지는 나이이기 때문에.

딸이 병이 재발해서 죽을까봐 걱정하시던 아버지는, 아르바이트를 가볍게 한 개만 뛰고 하루종일 놀면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고 있는 딸을 보며 편안해 하신다.

일할 때와 달리 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아버지도 좋으신가 보다.


새로운 소설을 쓰려고 끄적였는데, 자신이 없다.

잘 써질 것 같지 않고, 써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잠시 멈추고 있다.


내년 봄이 오기 전까지 신춘문예 등단작들을 최대한 많이 읽어보려고 한다.

깊이 분석하며 읽는 건 아직 자신이 없어서, 가볍게 한번 훑듯이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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