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점심을 챙겨먹고, 아버지는 삼국지를 읽겠다고 하시며 돋보기 안경을 쓰고 책을 펼쳤다. 이제 그만 올라가서 내 시간을 보내라는 아버지의 무언의 압력을 느끼며 내 방으로 왔다. 아버지는 삼국지를 좋아하신다. 포승읍에 살 때 황석영 삼국지 전집을 사 드렸는데, 그건 아버지의 취향에 맞지 않았다고 하셨다. 그래서 다시 삼국지 전집을 샀는데, 이 책은 아버지가 좋아하신다.
하루 땡땡이치고 놀고 싶은 날이다. 아침부터 아르바이트도 가기 싫은 날이었다. 두 시간 반 일하는 아르바이트를 가기 싫다고 하니 아버지가 나를 빤히 쳐다보셨다. 니 알아서 해. 라고 하시는 아버지. 하지만 나는 아르바이트를 다녀 왔고, 이젠 오후 시간을 땡떙이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2021년 신춘문예 등단작들을 읽을까 아니면 땡떙이칠까 고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