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둔 지 만 11개월이 되었다. 언제 다시 일을 하게 될 지 불투명하다. 건강이 회복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회복이 될 지 사실 불투명하다.
은퇴하고 싶어하시는 관리소장님과 커피를 한 잔 마셨다. 나는 백수생활 11개월 째인데 이젠 슬슬 지겨워 진다고 말했다. 몇 년 더 일하신 후에 은퇴생활을 즐기셔도 될 것 같다고 했더니 진지하게 고민하셨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며 11개월을 보냈다. 책도 읽고, 소설도 끄적이고, 소설 구상한다고 하면서 공상도 하고, 지나온 내 삶도 돌아보고... 그리고 23년만에 다시 소설강의도 듣고 있다. 순간순간 일상의 행복을 느끼지만, 기약없는 백수생활을 하고 있으니 가끔은 답답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건강이 제일 소중한 것이다. 안 아팠으면 이제 다시 일을 하면서 강의를 듣고 소설도 쓸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마냥 쉬어야만 하니.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도 편찮으시다. 이젠 혼자 집에서 생활을 못하시니 내가 옆에 있어야 한다. 일도 할 타이밍이 있고, 쉴 타이밍이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참 열심히 달려왔는데, 마냥 쉬려니 가끔은 좀이 쑤신다.
난 전업주부 체질은 아닌가봐. 라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빙그레 웃으셨다.
이젠 고독에 익숙해 지려고 한다. 소설을 잘 쓸 자신은 없지만, 나를 돌아보고,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하고, 읽고 싶었던 책도 읽으며, 실컷 써보고 싶기도 하다. 언제 또 나에게 이런 기회가 오겠는가.
늘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서인지, 가끔은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이번달부터는 혼자 지내는 시간을 늘리고 있다.
이제 어쩌면 일을 다시 못할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면 조금 섭섭하기도 하다. 직장생활할 떄에는 백수가 되는 게 소원이었는데. 그것도 퇴사해서 영원한 백수가 되는 게 소원이었는데. 소원이 이루어졌는데 왜 섭섭한지 모르겠다.
이번 주는 책도 안 읽고 소설도 안 쓰고 하다못해 유튜브도 안 보고 혼자 실컷 놀고 있다. 내일까지 놀고 또 강의 숙제를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다음 달에는 12월에 제출할 내 소설도 다시 한 번 고쳐야 할텐데 잘 될 지 모르겠다. 안되면 그냥 제출하는 수 밖에.
오늘은 아버지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아버지가 병원에 가셔야 하는 날이라 병원에도 함께 다녀오고, 이야기도 했다. 입맛이 없으시고 뭘 잘 못 드셔서 걱정이다.
이젠 욕심을 버리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순간순간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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