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로 멸치육수를 내고 야채들을 넣어 메밀국수를 끓여 먹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술안주로 양념장어구이를 만들어서 소주와 함께 드리고 내 방으로 올라왔다. 내려가서 설거지만 하면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은 끝이다.
내일 아침에는 국을 끓여야 한다. 냉동실에 황태포가 조금 남아 있어서 황태무국을 끓일까 생각중이다.
마트에 갔다가 내가 봄이면 즐겨 먹는 돈나물을 한 팩 샀다. 초고추장에 무쳐 먹으면 맛있다. 새콤달콤한 맛을 잊지 못해 봄이면 한번씩 돈나물을 사곤 한다.
아버지는 나물을 안 드신다. 그래서 나물 요리를 할 일이 없다. 아버지는 비빔밥도 안 좋아하신다. 가끔 나를 위해 한 가지 정도 나물을 만들고, 나 혼자 먹어치우곤 한다.
아버지가 복잡한 요리를 안 좋아하셔서 내가 편하다. 재료를 사서 구워 드리거나 찌개를 해 드리거나 국을 끓여 드리면 되니까. 밑반찬도 요즘 조금 드시는 편이지만, 원래 잘 드시지 않는다.
일하면서 요리하기 싫을 땐 생선회나 초밥을 배달시켜 드리곤 했다. 백수가 되고 나서는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횟수가 엄청 줄었다. 웬만하면 내가 만든 음식을 드시게 한다.
오늘 장어구이는 조금 맛있게 구워졌다. 장어구이를 맛있게 못하는 편이라, 네이버 레시피를 보고 연구했다. 대충 성공했고, 아버지는 소주를 드시고 계신다.
인터넷에 웬만한 요리 레시피들은 다 있어서, 요리하기가 참 편하다. 엄마는 나에게 요리를 안 가르쳐 주셨다. 밥 해 먹지 말고 살라고 하시며. 엄마의 바람과 달리, 나는 내 밥은 내가 해 먹으며 산다.
오늘은 소설 꺼리 하나를 생각하며 스마트폰 컬러노트에 낙서를 조금 해 봤다. 아직 소설화되지 못한 그냥 단순한 낙서이다. 언젠가 내 마음속에서 이 낙서가 부화될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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