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note

제목프리지어2025-03-26 12:36
작성자 Level 10

집 앞 꽃가게에서 노란 프리지어를 두 묶음 샀다.

화병이 없어서 안 쓰는 머그컵에 프리지어 두 묶음을 꽂아두었다.

몽우리를 사 왔는데 집 안이 따뜻해서 인지 집에 오자 마자 꽃이 조금씩 피기 시작한다.

아버지 방에 프리지어를 놓아두고 내 방으로 왔다.


봄이다.

이젠 사람들의 옷이 점점 얇아진다.

나도 이젠 가디건을 넣어두고 봄 점퍼를 꺼내야 하려나 보다.

올 봄에는 내가 유난히 추위를  탄다.


알바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월급날만 기다리고 있다.


내 방을 얻으니 돈을 안 쓰는 날이 많다.

방에서 책 읽고, 낙서하고, 컴퓨터 하는 데에는 돈이 들어가지 않으니까.

가끔 책값이 들어가긴 하지만 그건 가끔이니까.

진작 이렇게 살 걸 그랬다고 아버지께 웃으며 말씀드렸다.

뭘 한다고 그렇게 애쓰면서 돈을 벌었는지 모르겠다고, 조금 일찍 그만두고 진작 이렇게 쉬었으면 차라리 더 여유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아버지는 웃으셨다.


프리지어 덕택에 노란 봄날을 느낀다.

내 인생의 지난 봄날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소설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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