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꽃가게에서 노란 프리지어를 두 묶음 샀다. 화병이 없어서 안 쓰는 머그컵에 프리지어 두 묶음을 꽂아두었다. 몽우리를 사 왔는데 집 안이 따뜻해서 인지 집에 오자 마자 꽃이 조금씩 피기 시작한다. 아버지 방에 프리지어를 놓아두고 내 방으로 왔다.
봄이다. 이젠 사람들의 옷이 점점 얇아진다. 나도 이젠 가디건을 넣어두고 봄 점퍼를 꺼내야 하려나 보다. 올 봄에는 내가 유난히 추위를 탄다.
알바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월급날만 기다리고 있다.
내 방을 얻으니 돈을 안 쓰는 날이 많다. 방에서 책 읽고, 낙서하고, 컴퓨터 하는 데에는 돈이 들어가지 않으니까. 가끔 책값이 들어가긴 하지만 그건 가끔이니까. 진작 이렇게 살 걸 그랬다고 아버지께 웃으며 말씀드렸다. 뭘 한다고 그렇게 애쓰면서 돈을 벌었는지 모르겠다고, 조금 일찍 그만두고 진작 이렇게 쉬었으면 차라리 더 여유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아버지는 웃으셨다.
프리지어 덕택에 노란 봄날을 느낀다. 내 인생의 지난 봄날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소설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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