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케어하느라 날을 꼴딱 샜다. 새벽 3시에 이불을 개고 이른 아침밥을 혼자 먹었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어리굴젓을 샀는데 아버지가 식사를 못하셔서 못 드시니 내가 대신 먹었다. 간단하게 밥을 먹고 티비를 보시는 아버지를 방에 혼자 남겨두고 내 방으로 올라왔다. 너무 더워서 얼음물을 마시고 창문을 열어두었다. 이 집은 난방이 너무 잘 되서 겨울에 너무 덥다. 중앙난방이라서 개인이 온도조절을 할 수가 없다.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바람을 쐬니 상쾌해진다. 조금 놀다가 소설을 읽어야겠다. 오늘 하루도 소설과 함께 보내게 될 것 같다. 일요일까지는 외출 계획이 없다. 방콕하면서 집과 내 방을 왔다갔다하며 지내게 될 것 같다.
아버지가 얼마나 버텨주실까. 오늘은 날을 새며 이런 생각을 했다. 물만 드시는 우리 아버지. 그래도 물이라도 드셔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젠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어젯밤에는 잠을 못 주무시는 아버지를 안아드리며 속삭였다. 아빠. 나보다 먼저 언젠가 하늘로 가게 되면, 하늘에서 내가 소설가로 사는 것 꼭 지켜봐 줘. 그리고 언젠가 때가 되면 엄마랑 같이 아빠가 나 데리러 와. 라고. 아버지는 응, 이라고 말씀하셨다.
밤에 힘들어하시는 우리 아버지. 20분~30분마다 한번씩 나를 부르시며 물 달라 담배 달라 하시는 아버지. 그래서 이젠 아예 밤에 자는 것을 포기했다. 그 시간에 아버지 곁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스마트폰을 하기도 하며 논다. 새벽 3~4시가 되면 이불을 개고 간단하게 밥을 먹거나 우유를 마시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아침에 아버지 옆에서 몇 시간동안 꿀잠을 잔다.
요즘 다시 몸무게가 2키로 정도 늘었다. 밤에 배고파서 야식을 먹었더니 계속 몸무게가 늘어나고 있다. 다시 2키로를 빼야겠다.
아버지 없이 살 수 있을까. 요즘 이런 질문을 나에게 하고 있다. 우리 집안은 80세가 고비이다. 아버지는 좀 더 버텨주실 줄 알았는데, 역시 80세가 고비이다. 정신력으로 버티고 계시는 우리 아버지. 딸 혼자 두고 갈 수가 없어서 억지로 버티고 계시는 우리 아버지. 첫 웹북 출간이라도 아버지께 보여드릴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싶다. 이제 시작한 소설이라 더 많은 걸 보여드릴 수가 없어서, 아버지와 나에게 더 많은 시간이 허락되지 않을 것 같아서 아쉽기는 하다.
이제 내 소설 읽는 것도 버거워하실 정도로 많이 힘들어하신다. 여섯번 째 소설을 수정 전이긴 하지만 보여드리겠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안 봐도 된다고 하셨다. 몸이 힘드셔서 소설을 읽으실 수도 없고, 내가 읽어드려도 들으시기가 어렵다.
소설을 핑계로 내 방에 와서 잠시 쉬었다가 내려가곤 한다. 힘들어하시는 아버지에게 물, 담배 등을 챙겨드리는 것 말고는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힘들다. 뉴케어를 하루 반 개 정도 겨우 드시는데, 드시는 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내가 할 일이 다 끝나간다. 내 몫의 숙제가 다 끝나간다. 세상에 혼자 남게 되었을 때 딸이 힘들어할까봐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나에게 말씀하셨던 아버지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보름쯤 전에 내 올해의 다섯번째 소설을 읽으셨던 아버지가 나에게 말씀하셨다. 너 소설 좋아해. 라고. 확신에 찬 표정으로 나에게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래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혼자 남아도 아픈 시간을 견디고 나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는 소설이 있으니까. 하늘에서 내 소설을 읽어주실 아버지가 계시니까.
항상 나를 사랑해주셨던 우리 아버지. 아들보다 딸인 나를 더 많이 사랑해주시고 예뻐해주셨던 우리 아버지. 넌 내가 키웠다. 라고 말씀하시며 뿌듯해하시던 우리 아버지. 그래서 동생은 늘 불만이었고, 나는 늘 행복했다. 아버지의 마지막을 내가 지켜드릴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리고, 아버지와 마지막까지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기로 했다. 아버지는 오래 버티기 위해 노력하실테고, 나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힘을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벌써 새벽 4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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