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입지 않는 옷들과 내 옷들 중 버릴 것들을 정리했다. 아버지가 입지 않는 브랜드옷들 중 새옷은 입을 수 있는 분에게 드렸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곰솥도 버렸다. 아버지가 이젠 곰국을 못 드신다.
공부방으로 썼던 내 방의 짐들도 조금씩 옮겼다. 책들과 파일집들, 국어사전들을 모두 옮겼더니 책장이 텅 비었다.
밤새 잠을 못 주무시며 불안해하시는 아버지와 함께 날을 새야 한다. 오늘은 강의 텍스트들을 읽고 숙제를 하며 날을 새야겠다.
아빠 옆에는 항상 내가 있어. 그러니까 불안해하지 마. 라고 어젯밤 아버지의 손을 잡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안심하시고 깊이 주무시던 우리 아버지.
내 역할이 끝나간다. 의무이기도 했지만 때론 권리이기도 했던, 힘들때도 있었지만 그로 인한 기쁨이 더 컸던 시간들이 이젠 끝나간다.
나에게 아버지는 늘 따뜻한 분이시다. 아버지는 마지막까지도 나에게는 참 따뜻한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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