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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아버지와 드라이브를 했다2025-11-26 21:19
작성자 Level 10

차를 렌트해서 오랜만에 아버지와 드라이브를 했다.

그나마 오늘 아버지의 컨디션이 조금 괜찮아서 무리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는 잠깐동안의 드라이브도 힘들어하셨고, 몇 시간동안 바깥 바람을 쐬고 집에 들어와 쉬고 계신다.

아버지와 드라이브를 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 드라이브가 아닐까 늘 생각하곤 한다.

오늘은 특히 그랬다.


양평 드라이브를 할 때면 들르곤 했던 서종면에 있는 강변이 보이는 빵집에 가서 테이크 아웃으로 커피와 쿠키를 사서 차 안에서 아버지와 함께 먹었다.

아버지는 쿠키를 딱 한 조각 드셨고, 커피는 한 모금 마시더니 그만 드셨다.

집에 와서 아버지는 아침에 드시다가 남긴 뉴케어를 한 모금 드시고 침대에 누워 뉴스를 보고 계신다.


그동안은 그래도 조금 부축해 드리면 혼자 휠체어에 타셨는데, 이젠 안아서 옮겨야 한다.

아버지가 너무 편찮으셔서 이제 더 이상 자동차 드라이브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휠체어를 밀면서 동네 산책이나 가끔 해야 할 것 같다.


아버지는 점점 상태가 나빠지시지만, 내색을 안하려고 많이 노력하신다.

아무리 아파도 고통을 소리로 표현하지 않으시는 아버지.

많이 편찮으시냐고 하면 안 아프다고 하시는 아버지.

아버지 옆에서 소설을 읽고 있으면 가끔씩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오십대 딸의 머리를 쓰다듬는 팔십세의 아버지.

아버지에게 나는 늘 어린 아이이다.


세 편의 소설을 매일 읽으려고 노력하는데, 오늘 딱 한 편 읽었다.

두 편을 더 읽고 잘 생각이다.

한달 내내 읽으려고 작정하고 20일 넘게 읽고 있는데, 3일동안은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셔서 읽지 못했다.

지난 달에 이틀 더 빨리 읽었으니 이제 빠지지 않게 이번달까지 읽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뉴스를 틀어놓고 아버지는 설핏 잠이 드셨다.

뉴스를 끄면 깨어나실 게 분명해서 그냥 틀어놓고 있다.


참 오랜만에 운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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