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편 정도 끄적이다가 쓰레기통에 버렸던 소설 파일들을 다시 끄집어내서 읽어봤다. 내가 이상해진건가. 오늘따라 내가 이상해진건가. 갑자기 내가 쓴 것 치고는 소설이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내가 요즘 소설을 잘 못 쓰니 다 괜찮아 보이는 것 같다.
안되겠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완성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 한 해, 쓰레기통에 던진 소설 두 편과 지금 쓰고 있는 소설 한 편, 그리고 고쳐둔 소설 한 편... 이렇게만 마무리해야겠다.
합평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마음을 크게 갖고 덤덤하게 합평에 임하기로 했다. 난 지난 학기부터 강의를 들은 학생이니까.
집착을 버리기로 했다. 잘 써야 한다는 집착도 버리고, 나는 소설을 못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에서도 자유로워지기로 했다. 소설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좋은 소설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 그런 것도 일단 다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지금 그런 걸 생각하면서 쓸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은 없으니까.
다만 성실한 학생으로 강의를 듣기로 했다. 성실하게 공부하고, 성실하게 아무 이야기나 써 보기로 결심했다. 공모전 같은 건 일단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합평작품 한 편 칭찬받은 것으로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 나머지는 그냥 편하게 써보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앞으로의 내 소설들이 상투적일 수도 있고, 지리멸렬할 수도 있지만, 일단은 한번 써봐야겠다. 나는 사실 소설을 별로 써 보지 못했다.
오늘따라 내 소설들이 읽을만하게 느껴지는 게, 내가 상태가 안 좋은가 보다.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