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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주무시는 아버지를 보며2025-12-02 11:52
작성자 Level 10

코를 골고 주무시는 아버지를 본다.

병원에 다녀오신 이후 아주 조금 편안해 보이신다.

전립선암이 뼈전이, 림프절전이, 그리고 다른 곳들까지 전이가 된 상태이고, 나트륨수치가 너무 낮다고 한다.

전립선암 3기 진단을 받았던 3~4년 전, 나는 아버지께 암치료를 권했고, 아버지는 몇 번 하시더니 너무 힘들다고 안 하시겠다고 거부하셨다.

연세도 있으시고 해서 아버지의 뜻을 존중해드렸다.

그리고 4년쯤 지난 지금, 암으로 인한 통증이 시작되었다.

한달 전부터 통증이 심했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내색을 전혀 안하셔서 잘 몰랐다.

혈액종양내과 예약을 잡아두었다.

진통제라도 받아 먹으려면 외래 진료를 해야 한다.


마음이 심란하니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지난 달에 단편 3편을 한달동안 읽었는데 일단 그걸로 만족해야겠다.

이번달과 다음달에도 새 단편들을 한달동안 읽으려고 했는데, 글자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버지와 함께 12월 한달을 보내겠다고 하며, 방 안에서 둘이 재밌게 지내보자고 했더니, 아버지가 좋아하신다.

소설들을 여러가지의 이유로 다 폐기했더니 남아있는 소설이 없다.

9월에 썼던 어설픈 소설을 이번 강의 때 제출하려고 한다.


소설을 쓸 때마다 쓸 것이 없어서 헤매고, 잘 쓰지 못해 괴로워한다.

그래도 쓰고 싶은 마음 때문에 버티고 있다.

한달동안 쉬면서 뭘 써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왜 써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사는 건 늘 어렵다.

이젠 다 끝났겠거니 했는데 여전히 삶의 복병이 때때로 나타난다.


아버지 옆에서 이번 달은 부담없이 책을 읽고 소설 아이디어를 생각해 봐야겠다.

꼭 뭘 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했다.

내 마음을 편하게 하며 이번 달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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