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가 할인행사기간 첫날이어서 엄청 바빴다. 사람들은 줄지어 서 있고, 계산하는 속도는 정해져 있고, 배달손님이 많아 포장하느라 시간도 많이 걸리고... 쉬지도 못하고 계속 계산만 하다가 퇴근했다. 힘든데 엘리베이터까지 수리중이라서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오느라 숨이 차다.
바쁘고 피곤한 오전이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한 할머니가 내 손을 잡으시며 인자하게 웃으셨다. 말을 참 이쁘게 하네. 고맙네. 라고 말하시며.
서비스직 출신인데 당연히 말은 이쁘게 할 수 밖에. 백화점 알바도 해 봤고, 원하면 계속 일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말도 들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알바로 끝냈다. 항상 미소를 짓고 있는 친절한 백화점 직원들의 일상과 그 뒷모습을 보면 누구든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자리가 없어서 일을 못하는 일은 없었다. 늘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들을 선택했기 때문도 있고, 경제불황으로 그 일마저 일자리가 줄어서 구하기 힘든 상황일 때에도 애매한 그 이전의 내 경력 덕에 알바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이젠 나도 나이가 많아져서, 알바 구하기도 사실 힘들다. 20대 아이들은 10대 때부터 알바로 다져진 몸이라, 그들을 제치고 알바 자리를 구할 수가 없다.
마트 알바는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이 편하다. 마트 진상 손님들도 많다고 사람들은 마트 일도 힘들다고 하지만, 서비스직으로 다져진 나에게는 마트 일이 편하다. 동네 마트라 더 편하다.
같은 시급인데 왜 그렇게 힘들게 일을 했는지 오늘은 곰곰히 생각해봤다. 요즘 아이들은 그래서 직장생활을 싫어하고 알바를 택한다. 직장생활은 알바하고 똑같은 돈을 받으면서도 정말 빡빡하고 피곤하고 경쟁도 세고 지치니까. 하지만 세상은 돈으로만 환산할 수는 없다. 힘든 직장생활을 하며 내가 다져졌으니까.
숨이 찼는데, 낙서를 하고 나니 좀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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