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날을 새다가 새벽에야 아버지가 비로소 잠이 드셨다. 아침 7시에 약을 드시게 해야 한다. 고로 한 시간 후에 아버지를 깨워야 한다는 뜻이다. 시간 맞춰 드셔야 하는 약이라 할 수 없이 잠을 꺠워야 할 것 같다. 잠시나마 편히 주무시라고 티비도 끄고 방 안 전등도 껐다.
나는 잠을 못 잔 채 날을 새고 있다. 저녁 9시부터 통증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은 날을 새고 말았다. 아버지는 점점 약해지신다. 그토록 강하셨던 아버지가 이젠 아이가 되셨다.
내가 소설을 쓰는 모습을 보시거나 소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아버지는 눈물을 보이시려고 한다. 그래서 왜 우시느냐고, 이유가 뭐냐고 여쭤보면, 내가 대견해서라고 하신다.
이제 아버지께 내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곁에 있어드리는 것 밖에는 없다. 함께 병원 진료를 가고, 함께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아버지의 시중을 들어드리고, 가끔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혼자 소설 관련한 공부를 하거나 낙서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 아버지는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나를 종종 바라보신다. 이제 더 이상은 내 소설을 보여달라고 하지 않으신다. 아버지는 이제 인지력이 저하되고 있어서 소설을 읽기가 힘드실 것이다.
아버지께서 언젠가 아버지를 소설로 써 달라고 하신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어제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내가 혼자 남게 되면, 언젠가 아버지가 내 옆에 안 계시게 되면, 아버지를 생각하며 아버지에 관한 소설을 쓰겠다고. 아주 작은 소재라도 포착해서 아버지를 생각하며 소설을 쓰겠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맏딸로서의 내 역할이 이제 끝나간다. 때로는 행복했고, 때로는 힘들었고, 때로는 기뻤고, 때로는 슬프기도 했던 나의 역할이 이젠 끝나간다. 부모님이 주신, 내가 받은 혜택들이 많았기 때문에 내 역할을 끝까지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가 깨셨다. 커피나 한 잔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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