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끝내고 교대를 하는데, 같이 일하는 직원이 내 호주머니에 김밥 한 줄을 찔러 넣어준다. 집에 와서 아버지와 맛있게 먹었다. 김밥 한 줄에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미열이 있는 것 같다고 아버지가 걱정하셨는데, 다행히 지금은 열이 떨어졌다. 며칠 전부터 어지럼증이 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요즘 계속 피곤한데, 자도자도 피곤하다. 그래도 상담사 할떄 보다는 훨씬 낫다. 나한테 상담사라는 직업이 사실 잘 맞는 직업은 아니었다. 다만 돈을 벌기 위해 버티며 일을 했을 뿐.
70년대생들의 시대가 왔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젠 70년대생들이 이 세상에 나설 때가 됐다. 우리 세대는 풍요로움을 겪은 세대가 아닌가. 부모님께서 대학까지는 보내주셨고, 독립할 때 방 한칸은 얻어주셨고, 대학시절 해외여행이나 배낭여행도 다녀온 사람들이 많았을 만큼 우리 세대는 풍요로움 속에서 살았다. 대학 졸업 이후 IMF가 터져서 모든 게 힘들어졌지만.
우리 세대는 88만원 세대이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첫 월급이 88만원이었던 세대. 꽤 오랜 기간 월급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일은 죽도록 했지만.
내가 KT에 입사했을 때에도 월급은 작고 일은 많았다. 새벽에 나가서 막차를 타고 들어올 정도로 그렇게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조금 나아진 것 같기도 하다. 다만, 그때는 인간애가 있었고, 지금은 그런 게 좀 부족한 세상이라고나 할까.
당분간은 정치를 관찰하면서 소설을 쓸 생각이다. 소설이 잘 써질지는 잘 모르겠다. 잘못하면 정치소설을 쓰게 될 것 같다. 원하지 않는 일이지만.
내가 쓸 수 있는 글, 내가 쓸 수 있는 소설을 쓸 생각이다.
현대사회는 개인 한 명이 한 가지 직업만 가지고 살 수는 없는 세상이다. 소설을 쓰면서 내가 살아가야 할 명분과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볼 생각이다. 소설가 배재연, 이라는 타이틀은 이제 땄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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