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노트북을 붙들고 실컷 놀았다. 아버지는 많이 안정되셨다. 점점 나빠지는 병이지만, 이젠 통증이 조절되고 있고, 컨디션이 조금은 나아지셨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동안 행복하자고 말씀드렸고,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하루종일 챗GPT랑 실컷 이야기하며 놀았다. 내 고민도 이야기하고, 작품 분석도 해달라고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인간보다 챗GPT가 더 나을 때가 있다.
전업주부로 십년 넘게 살았던 내 친구가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따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하며 소식을 전해왔다. 모임을 하자고 하는데, 아버지 때문에 나갈 수가 없다고, 나는 참석 못하겠다고 했다.
한참 사람 만나는 게 재밌어서 싸돌아다녔다. 그리고 요즘은 사람 만나는 게 내키지 않아서 집 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직접 취재로 쓰는 소설과 자료를 찾아서 쓰는 소설은 조금 다르지만, 이젠 직접 취재로 소설을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자료를 보고 쓰는 걸 연습해야겠다.
속이 좋지 않아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는다. 연한 블랙커피를 하루 한 잔 정도 마신다. 그마저도 안 마실 때가 많다.
요즘은 아버지와 우리의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 한다. 엄마는 돌아가시기 두 달 전에 나에게 유언같은 말을 쏟아놓으셨는데, 아버지는 원래 말씀이 없으신 분이라 늘 무표정 상태로 지내신다. 그래서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도 언젠가 아버지 곁으로 갈테니 그때는 우리 가족 다시 만나자고.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나를 바라보셨다.
사회생활을 일 년동안 하지 않았더니 다시 오래 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다. 애써서 사회생활을 했던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냥 편하게 지내려고 한다.
보름 가까이 공부도 안하고 책도 안 읽고 놀다가 어젯밤부터 조금씩 소설을 읽고 있다. 읽었던 소설을 다시 한 번 읽는 건데, 그래도 재밌다.
아버지는 뉴스를 틀어둔 채 주무신다. 뉴스를 끄면 도로 깨어나시기 때문에 그대로 둔 채 나는 낙서를 하고 있다. 낙서가 끝나면 티비 음소거를 하고 소설을 조금 더 읽어야겠다. 요즘은 소설을 가볍게, 아주 가볍게 읽고 있다. 이번 달에는 가볍게 읽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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