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다녀왔다. 유방외과 초음파 검진 결과를 보러 다녀왔다. 왼쪽 가슴에 작은 종양이 있지만 크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피부가 발갛게 변하지는 않냐고 물어보길래 괜찮다고 했다. 일 년 후로 다시 초음파 검사와 진료 예약을 하고 왔다.
종양내과 진료만 꾸준히 받으면 될 것 같다. 6년 반 중 1년 반 정도는 항암약을 자의 중단했으니 약 5년을 꾸준히 약을 먹은 셈이다. 아직까지는 내성이 생기지 않았다. 회사 일을 할 만한 체력은 없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나를 정상인으로 생각하며 산다.
친구들은 나를 의지의 한국인 쯤으로 생각한다. 그냥 운이 좋았던 거라고 그들에게 말하곤 한다.
내년 1월에는 종양내과 CT검사와 정기 진료가 있다. CT검사도 이상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또 3개월 내지 일 년의 시간이 유예된다.
아버지와 요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아버지는 내 생각대로 하라고 하시며 웃으셨다. 뭐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라고 하셨다.
병원에 다녀왔더니 피곤하다. 병원에 오가며 오늘 소설 두 편을 읽었다. 오늘은 더 이상 읽지 않고 쉴까 생각 중이다.
종양이 조금 줄었어요. 라던 5~6년 전의 의사의 말이 이젠, 종양이 그대로예요. 라는 말로 바뀌었다. 더 이상 종양은 줄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안다. 그대로인 상태로 오래 유지되기를 바랄 뿐이다.
1년 전에 녹음해 둔 내 피아노 연습곡을 오늘 다시 들어보았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7번인데, 1악장만 녹음해 둔 파일이다. 개판이지만, 치는 동안, 녹음하는 동안 즐거웠던 것 같다. 다시 피아노를 치지는 않을 것 같다.
피아노를 통과한 후 소설을 쓰고 있다. 이젠 피아노 악보보는 법도 다 까먹었지만. 소설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소설을 쓰면서 재밌고, 소설을 읽으면서 안온함을 느낀다. 그래서 계속 공부하고 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순한 암이기는 하지만, 암이 무서운 것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10년동안 이 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고, 5년 후에 더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내 건강 상태에 대해, 나도 연연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내 시간들을 채워갈 것이다.
병원에 다녀온 날은 내가 환자라는 걸 인식하는 날이고, 감정이 예민해지는 날이다. 그래서 글도 감성적이 된다.
하루가 다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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