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들으며, 옅게 탄 카누커피를 마시고 있다. 창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아버지가 팔십세가 되었다. '오래 살았다' 라고 종종 말씀하시는 아버지. 우리는 어쩌면 언젠가의 이별을 마음 속으로 준비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나를 걱정하시는 아버지에게, 요즘은 종종 '아버지가 안 계셔도' 라는 말을 사용한다. 아버지가 안 계셔도 나는 이 집에서 소설을 쓰며 살 것이다, 라는 등의 말을. 그러면 아버지는 환하게 웃으신다.
카누 커피를 마시며 아버지는 <삼국지>를 읽고 계신다. 아버지를 위해 며칠 전에 온라인 서점을 통해, 나관중 원작, <삼국지> 10권 전집을 구매했다. 반 년쯤 전에 맞춘 돋보기 안경을 쓰고 아버지는 책을 읽고 계신다. 아버지의 돋보기 안경은 새로 맞출 때마다 도수가 점점 올라간다.
오늘은 하루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카누 커피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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