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놀러 와서 밖에서 만나 차를 마시고 밥을 먹었다. 내 긴 수다를 하염없이 들어주던 언니가 고마웠다. 두 달만의 만남이었다.
경제가 많이 안 좋지? 라는 내 물음에 언니는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가가 워낙 비싸잖아. 라며.
내 완성된 소설을 프린트해서 언니에게 줬다. 언니는 내 소설을 읽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느낌은 늘 좋다, 아쉽다 등으로 짧지만, 좋아하는 언니를 위해 나는 만날 때마다 완성된 소설을 전달하곤 한다.
재연씨 소설이 아닌 것 같아. 잘 썼네 정말. 이라고 언니가 말했다. 그래서 조금 뿌듯해졌다.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쓴 작품이라고 말하며.
언니를 보내고 다시 집에 왔다. 문우들이 올린 합평문들을 보고, 내 소설을 다시 한 번 읽었다.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 뿐이다.
두번째 소설은 첫번째 소설처럼 잘 쓸 자신이 없다. 그래서 많이 미흡하겠지만, 나는 학생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다. 쓰고 싶은 이야기들을 많이 써 보고 싶다. 다 쓰고 나서 언젠가는 더 많은 상상을 하며 이야기를 자연스레 지어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고, 붙잡는 뭔가가 다르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뭔가를 붙잡으며 살아가야 하는데, 그게 나에게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아버지께 다시 소설을 쓰라고 나에게 말해줘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가만히 웃으셨다.
점점 약해지시는 아버지를 보며, 그리고 나이 먹어가는 내 모습을 보며, 이젠 나도 마음의 짐을 조금 내려놓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다. 미안한 마음도, 힘들었던 마음도, 아쉬웠던 마음도, 슬펐던 마음도 이젠 조금 내려놓으려고 한다.
방콕만 하며 지내는 요즘이다. 늘 출퇴근을 했을 때는 종일 사무실에 콕 쳐박혀 지냈는데, 이젠 집에서 콕 쳐박혀 지낸다. 가끔 사람이 만나고 싶어지면 아무에게나 전화를 하고, 누군가와 약속을 잡는다. 그리고 또 그렇게 한참 사람을 만나 수다를 떨다보면 또 살아갈 힘이 생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마음 한 구석이 텅 빌 것 같다. 덤덤할 줄 알았는데, 많이 힘들고 허전할 것 같다. 그 시간이 지나면 또 괜찮아지겠지. 또 살아지겠지.
이젠 조금씩 내 안에서 아버지와 이별할 준비를 한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오랜 시간이 남은 것 같지는 않다. 언젠가는 다시 덤덤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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