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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나를 위한 삶2025-01-04 20:02
작성자 Level 10

내가 해야 할 숙제들을 대충 다 끝냈으니, 이젠 나를 위해 살아보겠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웃으시며 그러라고 하셨다.

물질적인 것을 쫓아가는 삶이 행복할까, 아니면 내면적인 부분을 채워가는 삶이 행복할까, 라고 아버지께 질문을 했다.

아버지는 내면적인 부분을 채워가는 삶을 살라고 하셨다.

그래서 웃으며, 이젠 지치고 능력이 없어서 물질적인 것을 쫓아가는 삶을 살라고 해도 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이젠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살아보도록 하겠다고 하며.


나는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약을 먹을 때와 병원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잊어버리고 사는 편이다.

다만 체력이 예전같지 않아서 이젠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인생을 살면서 일을 해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딱 먹고 살 만큼 버는 것 같다.

그래서 저축할 여력도 없고, 운이 나쁘면 빚을 지기도 하고.


월급에서 저축을 하려면 기초적인 소비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한계가 있다.

언제까지 보통의 인간들은 그렇게 살아야 할까.

많이 풍요로워졌다고 해도, 늘 삶의 딜레마이다.


놀고 싶을 때까지 푹 놀아보라고 아버지는 그러신다.

책도 많이 읽고, 음악도 듣고, 친구들도 만나고, 혼자 시간도 가지고, 소설도 쓰고, 그렇게 실컷 놀아보라고 아버지가 그러신다.

그래서 웃으며, 그렇게 일년 쯤 놀면 다시 직장을 구하기는 어려워 질 지도 모른다고 말씀드렸다.

체력이 좋지 않아서, 어쩌면 이제 풀타임 근무는 못할 지도 모르겠다고 하며.


읽고 싶은 책들을 읽고, 사고 싶은 책들을 사고, 음악도 듣고, 유투브 동영상들을 보며 놀기도 하고, 집안일은 최소로 하고, 그렇게 요즘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나를 위한 삶을 살겠다고 하니, 아버지가 좋아하신다.

모든 건 다 운명이었다고 생각하라고, 고생했다고 하시며.


아들과 딸을 전혀 차별하지 않고 키우셨던 부모님.

그래서 아들은 불만이었고, 나는 행복했던 시간들.

아들처럼 나를 키웠으니, 나도 아들 노릇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아버지께 웃으며 말씀드렸더니, 아버지가 좋아하신다.


내 인생에서 내가 처음 결정했던 것이 바로 이혼이었다.

내 첫 결정을 아무 말 없이 인정해주고 받아들여 주셨던 부모님께, 그래도 부모님과 마지막까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살 수 있었던 것으로 죄송한 마음을 대신 갚고 있다.


이젠 모든 결정은 내가 다 하고, 모든 책임도 내가 다 지며 살지만, 내 첫 결정이 부모님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 살 수 있었을까 싶다.


인간은 원래 이기적인 동물이라, 무한하게 타인을 위해 희생하며 살 수 없는 동물이다.

그걸 빨리 깨달을 수 있었기 떄문에, 지금 이렇게 편하게 살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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