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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깊은 밤2026-03-29 02:47
작성자 Level 10

깊은 밤에 아버지의 사진을 보고 있다.

영정사진으로 쓰려고 3년쯤 전에 강남의 모 사진관에 가서 거금을 들여 찍은 사진이다.

빈소를 차리지 않기 때문에 영정사진은 필요가 없지만, 나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아버지 사진이다.

사진 속의 아버지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계신다.

오늘따라 그 눈빛이 슬퍼 보인다.

아버지의 딸로 태어나서 행복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잘 살아서 행복했던 기억은 그다지 없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고 나서, 아버지가 퇴직하고 나서,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을 받았던 그 시간들이 나에게 소중하고 따뜻하게 남아있다.


돌아가시는 그 순간까지도 아버지는 나에게 사랑을 전하고 가셨다.

손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지면서도, 몸이 뻣뻣하게 굳어가면서도, 온 힘을 다해 나를 찾으시고 내 손을 잡으시던 우리 아버지.

숨이 차서 헉헉대고 겨우 숨을 쉬시면서도 끝까지 내 손을 놓지 않으시던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깊은 밤.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 아버지를 만나면 많이 슬퍼질 것 같다.

그래도 꿋꿋하게 보내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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