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 무렵 홍어회를 한 접시 배달시켜서 막거리를 한 잔 마시고 푹 자고 일어났다. 그리고, <도파민네이션>을 다 읽었다.
술은 깼고, 바람을 쐬러 밖에 나갈까 아니면 계속 집에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오늘의 독서도 끝났고, 오늘은 공부를 더 하지 않을 생각이다.
4월의 계획을 세워 놓았다. 미니 보드판에 4월에 할 일을 빽빽하게 적어 두었다. 책 두 권을 더 읽어야 하고, 강의노트를 다시 한 번 정리해야 하고, 1학기 때 공부했던 택스트 소설을 다시 한 번 읽고 부분필사하기. 그리고 강의에 제출할 소설 고치기. 그것이 4월 중순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시간이 많이 남는다. 아버지가 안 계시니 24시간이 내 시간이다. 물 좀 줘. 배고파. 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티비 앞에 아버지 사진을 세워 두었다. 저 독사진을 3년쯤 전에 찍었는데, 찍고 나서 아버지가 사진이 잘 안 나온 것 같다고 하시며 맘에 들지 않아 하셨다. 그래서 내가, 내년에 다시 찍으면 되지. 아예 일 년에 한 번씩 찍자. 라고 말했고, 아버지는 내 얼굴을 바라보셨다. 하지만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셔서 그 후 사진은 더 찍지 못했고, 저 사진이 유일한 독사진으로 남아 있다.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아버지에게 말을 건다. 나 오늘 홍어회에 막걸리 한 잔 마셨어. 라고.
절에 가려고 했는데 술을 마셔서 못 갈 것 같다. 나중에 천천히 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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