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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절에 다녀와서 2026-04-02 18:31
작성자 Level 10

집에서 걸어서 십 분 거리에 도심 속의 절이 하나 있다.

작년 백중 때 처음 가서 조상님들 백중 기도를 신청했던 곳이다.

그리고 가지 않았는데, 오늘 절에 다녀 왔다.

쌀 두 봉지와 촛불 세 개를 공양하고, 부처님과 지장보살님 앞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멍하니 앉아 있다가 왔다.

아버지와 대화도 하고, 부처님께 아버지를 편히 쉬게 해 달라고 기도도 했다.

한 시간 반을 멍하니 흘려 보내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집에 와서 아버지의 사진을 한참 바라보았다.

사진 속의 아버지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계신다.

눈빛이 조금 슬퍼 보인다.


내일은 잠깐동안이나마 공부를 해야 한다.

1학기 텍스트였던 단편소설 세 편을 다시 한 번 읽고 부분필사를 해야 한다.

두 편은 아버지가 내 곁에 계실 때 했는데, 세 편은 하지 못했다.


무리해서 공부하는 내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일상으로 복귀하려고 노력한다.


벚꽃 구경도 가긴 해야 하는데, 아직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올해는 꽃 구경은 건너 뛸까 생각 중이다.

광주 여행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마음을 회복하고 있다.

아버지를 잘 보내 드려서 그럴 수 있는 것 같다.

끝까지 내 손을 아플 정도로 꽉 잡고 계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마지막 사랑의 표현이었고, 마지막 인사였을 것이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절이 있어서 좋다.


불교 믿어. 절에 다녀.

라셨던 아버지의 말씀대로, 가끔 아버지가 그리울 때면 집 앞 절에 다녀와야겠다.


아버지.

이젠 편하게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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