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봉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있다. 방 안이 너무 더워서 창문을 조금 열어두었다. 아버지가 안 계시니 방 안에서 담배 냄새가 안 난다. 대신 음식 냄새나 정체불명의 냄새가 난다.
아버지의 임종을 보고 나서 이 방에만 있으면 아버지 생각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제 책상 정리를 하고 나서부터 조금 나아졌다.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책상에서 노트북을 두드리거나 책을 읽는다. 아직은 카페에 가 있는 시간이 많지만, 내일부터는 집 안에서 생활하려고 한다.
이틀동안 책 한 권을 읽고 나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직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 예전의 내 삶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정말 오랜만이다. 늘 바쁘게 살았고,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도 늘 뭔가를 하며 바빴다. 이번 달까지는 이렇게 느슨하게, 느리게 살아보려고 한다.
침대에 누워 아버지에게 말을 건넨다. 아버지도 하루종일 이렇게 누워 있었겠네. 하고. 내 마음 속의 아버지는 미소로 답을 해 주신다.
한라봉차를 거의 다 마셨다. 음악을 더 들을까 그만 들을까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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