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에 놀러갔을 때 사 온 메밀가루가 한 봉지 있었다. 사 놓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오늘 처음 봉지를 뜯어, 야채를 조금 썰어넣고 계란 한 개를 풀어서 메밀전 반죽을 만들었다. 밤에 아버지의 술안주로 메밀전을 한 조각 만들어 드리려고.
하루종일 집에서 소설도 읽고, 시도 읽고, 음악도 들으며 놀았다. 회사 출근을 안 하고 쉰 지 만 두 달이 되어간다. 회사에서 며칠 후에 전자사직서를 보낸다고 하니, 곧 퇴사처리가 될 것 같다. 몇 달 더 놀다가 따뜻한 봄이 되면 다시 일을 해야 하나 고민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도, 정치상황도 어수선한 요즘이다. 이 어수선한 시기에, 혼자 여유로운 시간도 보내고, 메밀전을 부쳐 먹으며 소주를 마실 수 있으니, 나는 참 행복하다.
오늘은 내가 듣고 싶어했던 온라인 소설강의가 있는 날이다. 일단 듣고 싶은 강의를 실컷 듣고, 쓸 수 있으면 소설도 써 보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오랜만에 아버지에게 집에서 딸 노릇도 좀 하고, 그렇게 몇 달만 더 살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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