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왔다. 통유리창으로 거리의 풍경을 바라본다.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 도로 위의 차들과 도로변의 건물들의 풍경을. 도시의 풍경을 보며 가끔은 시골로 떠나는 상상을 한다. 아직은 혼자만의 여행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쉽게 떠나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커피를 마시며 다음 소설에 대해 생각한다. 어떤 인물에 대해 써 볼까. 어떤 공간을 상상해 볼까. 아직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일년 반동안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로만 살아왔다. 직장을 그만두고 쉬다 보니 치열하게 살았던 그 시간들이 많이 잊혀졌다. 일을 하며 힘들기도 했지만 가끔은 삶의 의미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일을 할 만큼 다시 건강이 회복될 수 있을까.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내 병은 완치가 되지 않는 병이다. 삶의 시간을 연장하는 데 의미가 있는 치료를 하고 있고, 아직까지는 그 치료가 효과가 있다. 언제 약 복용을 중단해도 될지는 잘 모르겠다. 내성이 생길 때까지 먹어야 하는지, 아니면 언젠가 복용을 중단해도 악화되지 않을 수 있을지. 의사에게 나는 그런 것들을 묻지 않고, 의사도 답해주지 않는다. 다만 약 잘 먹으라는 당부만 할 뿐.
내 남은 삶의 시간들이 짧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내가 살고 싶은 만큼은 살 수 있을 것이고, 일을 하지 않는 선에서는 건강이 안 좋다는 걸 내가 실감하는 일도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요즘 잠이 많이 늘었고, 정오 전에는 일어나지 못한다는 게 내 변화라면 변화랄까.
23년만에 다시 시작한 소설공부는 마음처럼 쉽게 뭔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가 어렵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소설을 버리고 23년동안 내 삶을 살았고, 그 시간동안 책도 읽지 않않으니까. 하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공부를 하고 소설을 쓸 수 있어서 다행이고, 이 시간이 소중하다. 뭔가 결과물을 만들지 못한다 하더라도, 소설 창작 실력이 많이 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에게 지금 이 시간들은 소중하게 남을 것이다. 가능하면 앞으로도 쭉 이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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