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note

제목향을 피우고2026-06-28 23:16
작성자 Level 10

가족들 생각이 나는 날이었다.

초밥집에서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연어초밥을 사서 아버지의 사진 앞에 차려놓고 향을 피웠다.

아버지, 엄마, 동생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향이 다 탈 때까지 아버지의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향을 다 태우고 나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있다가 스마트폰 메모앱을 열어 간단하게 낙서해두었던 소설 소재들을 뒤적였다.

두 개의 소재를 끄집어내서 아주 상투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추가해 두었다.

상투적이면 안되는데 아직까지는 낯설고 기발한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는다.

상투적이더라도 일단 쓰는 게 중요할 것 같아서 약간의 낙서를 추가했다.

올해 남은 6개월동안 소설 쓰는 건 고사하고 소재도 못 찾을 것 같아서 긴장되고 불안하고 걱정됐는데, 그래도 낙서들이 탄생했다.

끄적이다가 휴지통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일단 오늘은 만족이다.


아버지의 사진을 보고 혼자 대화를 했더니 마음이 편해졌다.

컨디션이 좋아지니 상투적인 낙서라도 하게 되나보다.


초고를 써 두었으나 중심축이 잡히지 않아 새로 써야 하는 소설 한 편과 A4 3장 쓰고 포기하고 접어둔 소설 한 편, 그리고 낙서장에서 건진 소재 두 개... 이렇게 네 편의 소설을 올해 안에 초고라도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는 이것만 해도 성공이다.


요즘 소설이 써지기는 커녕 뭘 써야 할 지도 모르겠어서 방황을 했는데 오늘은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다.

물론 완성도 있는 소설을 쓰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일단 초고는 쓰레기여도 상관없으니 쓰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향을 피우고 났더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절도 교회도 그 무엇도 내 안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했는데, 집에서 아버지 사진을 보며 피운 향 하나가 나를 가볍게 만들어준다.


책 읽고, 소설 쓰고, 낙서하고, 가볍게 동네 한바퀴 산책하며 당분간 살아가려고 한다.

2주 후면 다시 강의가 시작된다.

방학이 이제 2주밖에 남지 않았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