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술을 마셔서 오늘은 안 마시려고 했는데, 오후에 책을 조금 읽고 나니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어졌다. 그래서 마트에 가서 와사비 새우깡과 맥주를 사 왔다. 항상 매운 새우깡만 먹다가 오늘 처음 사 본 와사비 새우깡. 내 입맛에는 매운 새우깡이 더 나은 것 같다.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했던 책들이 오늘 출발했다는 알림이 떴다. 내일쯤 도착할테니, 열심히 읽고 공부하고 써야겠다.
공부하기 싫은 날이었는데 <오래된 미래>를 조금 읽고, 강의 텍스트 세 편을 읽었다. 7월이 시작되었으니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많이 하진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해서 마음이 편하다.
여름이 되니 자꾸 시원한 맥주만 마시고 싶어진다. 오늘은 안 마셔야지, 라고 생각한 후에 저녁에는 마트로 달려간다. 내일은 진짜 안 마셔야겠다.
내년 말까지 열심히 읽으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일단 한번씩 가볍게 다 읽는 게 목표이다. 책은 몇 권씩이라도 계속 늘어나는데 내가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책을 읽는 시간이 행복하다.
동생은 책을 잘 읽지 않았다. 용혜원 시인의 시를 좋아했던 동생은, 정작 책은 잘 읽지 않았다. 책 내용에 대해 동생이 술술 이야기를 해서 내가 그 책 읽었냐고 물어볼 떄마다, 동생은 씩 웃으며 인터넷에 있는 요약본을 읽었다고 말하곤 했다. 요약본을 읽으면 되지 뭐하러 시간 들이고 힘들게 책을 읽느냐고 하며. 그게 동생과 나의 차이였던 것 같다. 동생은 자기 전공분야에서 탑이었지만, 그 외의 분야에 있어서는 그만큼 넓은 식견을 가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연애편지를 쓸 때마다 내게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하던 내 동생. 철자 틀린 것 없나, 내용 이상한 것 없나 확인해 달라고 하며 동생은 나에게 연애편지를 내밀었고,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그 연애편지를 읽곤 했다. 내가 다 읽을 때까지 심각하고 진지하게, 마치 선생님에게 뭔가를 검토받는 학생처럼 그렇게 내 옆에 서 있던 내 동생의 모습이 생각난다. 속으로 키득키득 웃으며 나는 그 연애편지들을 즐겼고, 겉으로는 짐짓 시치미를 뗴고 심각하게 읽고 나서 한 마디 했다. 잘 썼네. 라고. 그러면 동생은 만족해하며 자기 방으로 갔다.
동생의 연애상대는 늘 바뀌었고, 그때마다 나는 동생의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러 가곤 했다. 동생의 호출로 인해서.
이젠 세상에 없는 내 동생이지만, 아직도 내 마음속에는 살아있다. 이젠 슬펐던 기억보다, 가슴 아팠던 기억보다, 즐겁고 재밌었던 기억이 더 많이 남아 있다.
와사비 새우깡에 맥주를 마시니 동생 생각이 난다. 대학 시절, 여름 방학 때, 집에 다니러 왔던 동생과 함께 광주 염주동 (화정4동) 실내체육관에 앉아서 둘이서 캔맥주를 홀짝이며 대학생활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던 기억이 난다. 동생도 나도 서울 상경이 목표였고, 결국 서울로 왔지만 둘 다 이렇다할 결과는 만들어내지 못했다.
운이 나빠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인생의 일부분은 자기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싶다. 물론 노력한다고 해서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듯이. 동생은 동생의 방식대로 살았지만 원했던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났다. 나도 내 방식대로 살며 나름대로 가족들을 위해 노력했다. 모두 다 각자의 방식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거다 싶다.
내 마지막 가족이었던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시고 나니, 굉장히 허탈하고 허무하고 쓸쓸해졌다. 유일한 말동무였고, 내 인생의 친구였던 우리 아버지. 내 속마음을 전부 다 털어 놓을 수 있었던 유일한 분이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자, 나름대로 힘들었던 것 같다. 연세가 많아서 지병으로 인해 돌아가신 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혼자 남을 딸에게, 건강해라, 행복해라, 잘 지내라.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신 우리 아버지. 그래도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기 떄문에 내가 지금 이렇게라도 살 수 있는 것 같다.
아버지가 왜 그렇게 술을 좋아하셨는지 이제서야 알 것 같다. 돌아가시기 전 몇 년동안은 술을 거의 드시지 않았다. 그저 딸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사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아버지에 관한 소설 한 편을 쓰고 나서 마음이 조금 정리가 되었다. 역시 나는 소설로 뭔가를 정리하는 사람인 것 같다. 겨울 학기 강의 때 제출하려고 한다.
이젠 온전한 내 삶만 남았다. 지금은 내 인생의 방황기이지만, 언젠가는 방황이 끝나겠지. 적지 않은 나이에 내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게 사실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인간은 언젠가 한번은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시기가 오는 것 같다. 지금이 나에게 그런 시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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