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제사를 준비하려다가, 포기하고 그냥 아버지와 데이트를 했다. 음식을 만들어도 먹을 사람이 별로 없고, 처치곤란이라서. 그 돈으로 아버지에게 초밥을 사 드리고, 아버지와 드라이브를 했다. 차 안에서 엄마 이야기를 하며 아버지와 데이트를 했다. 엄마가 서운해 하실까. ㅎㅎㅎ~
보르헤스 <픽션들>을 읽고 있다. 거의 다 읽고 조금 남았는데, 나중에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보르헤스의 소설은 나에게는 어렵다.
아버지는 딸이 좋다고 하신다. 나와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하신다. 아들 생각은 안 나느냐고 했더니, 별로 생각 안 난다고 하신다. 그래서 나중에 아들 안 만날 거냐고 했더니, 만나기는 해야지, 라고 하신다. 그래서 웃었다. 유난히 나를 예뻐하셨던 아버지는, 결국 나와 둘이서 남은 여생을 보내고 계신다.
올해 들어서 아버지가 잠을 많이 주무신다. 낮에도 많이 주무시고, 밤에도 많이 주무신다. 노인들은 그러다가 못 깨어나고 돌아가신다고 친한 언니가 나에게 말해 준 적이 있다. 아직은 끄떡 없다고 아버지는 늘 나에게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백살까지 살아야해. 라고 나는 아버지에게 말씀드리고, 그러면 아버지는 그러겠다고 하시며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아버지가 지병이 많으셔서 백살까지 사실 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처럼 십년만 더 사셔 주셨으면 좋겠다.
엄마를 핑계로 아버지와 오후 시간을 둘이서 즐겁게 보냈다. 하늘에서 엄마가 웃고 계시기를. 하늘에서는 엄마가 편안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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