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기억>이라는, 민음사에서 출간된 보르헤스의 소설집 한 권을 읽었다. 며칠동안 천천히 읽었는데 오늘 마저 다 읽고 책장을 덮었다. 다음 책으로는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라는 책을 꺼내두었다. 꽤 두꺼운 책이다. 다음 달에는 독서량을 줄일 생각이다. 그래서 속도를 내지 않고 천천히 읽어가려고 한다. 다음 달에는 가을도 즐겨야 하고, 산책도 해야 하고, 내 소설도 수정해야 하니까. 가을에는 창작을 많이 하고 싶은데, 머릿속이 백지가 되어서 아무 생각도 나질 않는다.
요즘은 아침에 자고 정오쯤에 일어나서 느지막히 하루를 시작한다. 생활리듬이 불규칙해져서 안 좋기는 한데, 사방이 고요한 시각에 꺠어서 책도 읽고 멍하니 있기도 하고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좋기도 하다.
이번 달에 다 읽지 못할 것만 같았는데, 책 한 권을 끝내서 좋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책을 많이 읽었는데, 하도 멍하게 읽어서 내용이 잘 생각이 안 난다. 그래도 읽었다는 것, 책장을 넘겼다는 것, 끝까지 페이지를 넘기고 덮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차츰차츰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사진 속의 아버지는 오늘도 나를 보며 웃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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