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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4시간의 여행2025-07-26 00:32
작성자 Level 10

엊그제부터 어제까지 아버지와 함께 24시간동안 강원도와 경상도를 거쳐 광주까지 드라이브를 하고 왔다.

올 여름 피서 대신이다.

아버지는 즐거워하셨지만 피곤해서 주무셨고, 나도 운전하느라 지쳐 집에 오자 마자 쓰러져서 잠이 들었다.


여행 후유증이 오늘까지 계속되었다.

오늘도 단편소설 한 편만 읽고 아버지와 놀면서 낮잠을 실컷 잤다.

당분간 여행은 힘들 것 같다.


공모전에 소설 한 편을 투고했다.

아버지께 읽어드렸더니 아버지는 좋은 말씀만 해 주셨다.

늘 열심히 해보라고 하시며 아버지는 나에게 좋은 말씀만 해 주신다.

건강 핑계로 살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고 있는 요즘이다.


광주 염주체육관을 오랜만에 갔다.

광주에 살 때에는 집 바로 앞에 있는 체육관이라서 자주 갔었는데, 이젠 갈 일이 없다.

대학 시절, 여름이면 동생과 슈퍼마켓에서 캔맥주를 사서 염주체육관 안의 벤치에 앉아 맥주도 마시고 이야기도 했다.

동생은 나더러 꼭 소설가가 되라고 했고, 자기의 이야기를 꼭 써 달라고 말하곤 했다.

소설을 쓰고 있지만 막상 동생의 이야기를 쓴다는 게 아직은 어렵다.

언젠가는 동생의 바람대로 동생의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24시간의 여행 속에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을 숨겨두고 과거 여행을 하고 왔다.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도 했고, 일어나지 않을 가상의 일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아버지가 연세가 많으셔서 이젠 모든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고, 내가 져야 한다.

아버지는 늘, 니 뜻대로 해라, 라고 말씀하신다.


올해 들어서 아버지가 많이 늙으셨다.

많이 약해지셨고, 많이 늙으셨다.

그래서 좀 무리해서 여행도 하고, 아버지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다.


내가 출근을 하지 않으니 아버지가 편하신가 보다.

원할 때 원하는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딸이 있어서 좋으신가보다.

아버지의 말년에는 내가 조금이나마 옆에 있어드리고 싶다.

옆에 있어도 건강이 약해지시는데,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 더 약해지실 것 같다.


행복한 24시간 여행을 마치고, 24시간동안 실컷 쉬고, 밤에 잠도 자지 않고 혼자 놀고 있다.

하루 소설 한 단락 또는 두세줄 쓰기가 요즘의 목표인데, 가끔 빼먹는 날이 있다.

이렇게 조금씩 이어붙이듯 소설을 써보기는 처음이다.

한 편을 다 완성할 때까지 끝까지 써야 할텐데 걱정이다.


아버지는 깊이 주무신다.

나만의 자유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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