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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일차를 마실 준비를 하며2025-02-0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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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화성에 갔다가 파스쿠치에서 과일차를 한 박스 사 왔다.

동생이 과일차를 좋아해서 두 개를 사서 한 개씩 나눠 가졌는데, 갑자기 마시고 싶어져서 티백 하나를 꺼내 따뜻한 물에 우리고 있다.

망고와 복숭아 과일차인데, 향이 너무 좋다.


과일차 정말 맛있어 언니.

라던 동생의 말에, 처음 마셔 보는 과일차.

동생 덕택에 유행에 뒤떨어진 내가 신문물을 많이 접한다.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을 만큼 나를 챙겨주는 사람들이 많다.

함께 사는 아버지도 계시고, 친구들도 있고, 동생들도 있고... 그리고 사회에서 만난 분들도 있고.


혼자 사는 게 더 좋은 것 같다고, 나를 보며 사람들은 말하기도 한다.

편하게 자유롭게 거리낄 것 없이 살아가는 나를 보며 사람들은 혼자 사는 것에 대해 거부반응을 갖지 않게 되나보다.


요즘은 1인 가구가 정말 많다.

혼자라는 게 더 이상 독특한 게 아니다.

우리 때만 해도 결혼하는 게 당연했는데, 요즘은 결혼이 선택사항이 되었다.

사랑이나 결혼을 꿈꾸기에는 버거운 사회가 되었다.


사회는 늘 변하고, 사람들도 늘 변한다.

지금은 살기 힘들고 희망이 별로 없는 사회이지만, 언젠가 다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온다면 좋겠다.


아이를 낳고 싶었던 적은 없었냐고 아버지가 물으셨다.

이십대 때에는 낳고 싶었지. 그런데 삼십대가 되고 나서 아이가 없다는 게 참 감사했어. 지금은 아이가 없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해.

라고 답했다.


아이가 있었다면, 내 주변도 부모님도 챙길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를 잘 키웠을까에 대한 것도 자신없는 부분이지만, 나를 아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지금처럼 집중하며 살지 못했을 것은 너무도 확실하다.


어려서 부터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알고 지내고 싶은 생각보다는, 적은 사람들을 깊이있게 만나고 싶었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다고. 그리고 그래서 삶이 외롭지 않았다고.


인간의 마음은 다 똑같고, 세상살이도 다 비슷하다.

그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고, 그 마음을 포장하고 숨기는 사람들이 있을 뿐, 내면은 다 똑같다.


이성에 대한 사랑이나 아이, 결혼 등을 배제하고 살면서 나는 더 풍요롭게 살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 나의 삶에 감사하다.


언니는 너무 귀여워.

동생이 나에게 말했다.

내 나이가 이제 오십대인데 귀엽다는 말은 좀...

이라고 답했다.


내 나이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며, 동생은 처음 나를 봤을 때 자기와 비슷한 나이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고맙다고 했다.


일을 할 땐 유난히 어려지는데, 일을 그만두고 쉴 때는 내 나이로 돌아온다.

아이들과 일을 할 때 아이들의 눈높이와 아이들의 연령대로 나를 맞춰 살아가는게 재밌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아버지는 아직도 나를 아이로 생각하신다.

아빠. 나 이제 오십대야.

라고 말하면, 벌써 그렇게 됐냐고 하시며 씁쓸해 하신다.


책은 방 안 가득 쌓여 있고,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인쇄해 둔 프린트물도 한가득 쌓여 있다.

오늘은 딱 한 편만 읽을 생각이다.


조금 놀다가 소설 한 편을 읽어야 겠다.

오늘의 할 일 두 번째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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