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말이오. 주인이 깍지 낀 손을 풀며 말했다. 아버지도 비슷한 얘기를 하셨던 것 같소. 그래, 기억나는구려. 우주로켓은 아니지만 유에프오인지 뭔지, 그딴 것들을 본 사람들을 만났던 모양입디다. 뭐, 그럴 수 있다고 칩시다. 마치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들을 술술 늘어놓는데 난 아버지가 점점 미쳐가는 중이라고 생각했지 뭐요. 그런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 같소. 그런 게 구원을 가져다주진 않겠지만 뭐랄까, 거짓말보다 더 거짓말 같은 일들이 날마다 당신의 눈앞에서 버젓이 벌어지는데 믿지 못할 까닭도 없진 않았겠지.
- 나는 곧바로 청년이 달아났다는 광장을 향해 달려갔다. 광장에는 아코디언을 어깨에 짊어진 악사가 벤치 위에 올라서서 연주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벤치 주위로 모여들었다. 나는 망연히 광장을 두리번거렸다. 광장 어디에서도 주인이 말한 작달막한 청년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어떻게 야체크 피에카르스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일까? 악사의 손놀림은 점점 빨라지고 하나둘씩 사람들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광장 구석진 곳에선 낡은 모포를 뒤집어쓴 구부정한 부랑자가 이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멍이 든 것처럼 얼룩진 얼굴이 어딘지 모르게 낯익었다. 그의 앞에는 눈에 익은 공책이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나는 그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다 난데없이 나타난 벽에 부딪힌 듯 멈춰 섰다. 미동도 없이 이편을 바라보고 있던 그는 또 하나의 난쟁이 동상이었다. 나는 왔던 길을 뒤돌아보았다. 악사가 무어라 소리치자 곁에 있던 고깔을 쓴 두 명의 춤꾼이 폭죽을 쏘아 올렸다. 짙은 구름 사이로 보이는 창백한 하늘엔 거짓말처럼 낮달이 떠있었다. 악사의 연주곡은 분명 귀에 익었는데 이상하게도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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