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죽음이지. 그러니 자살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반항이야.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을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신에게, 운명에게, 혹은 세상에게 대항하는 거지."
- 나는 결말이 빤히 보이는 영화 한 편을 곤람하고 있다. 그런데도 상영 도중에 뛰쳐나가지 않고 예상된 결말을 기다리는 관객이다. 그것이 습관인지, 혹은 알면서도 확인하고 싶은 욕구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거소 아니면 누구도 상영 도중에 뛰쳐나가지 않기 때문에 덩달아 잠자코 있는 건지도 모른다. 여하간 나는 결말이 예상된 영화를 관람중이고, 도중에 뛰쳐나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사람들이 발견했을 때 사체는 완전히 연소되어 한 줌의 잿더미로 변해있었다. 그러나 이불과 베개는 멀쩡했다. 부검의는 "이불을 전혀 태우지 않으면서 두개골이 완전히 연소될 만큼 강렬한 화재를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진을 찍다가 깜짝 놀랐다. 하얀 뼛가루가 마치 종이처럼 보였던 탓이다. 그것은 뼈의 흔적이었고, 새로 태어난 듯 깨끗했다. 빈 종이였다.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그러나 조금 구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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