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이나 해봤어? 광활한 사막을 별 하나만 보고 달린다는 게 어떤 건지. 생각이나 해봤냐구. 아무도 없어. 너 혼자 그 모래언덕을 넘고 또 넘는 거야. 사실 몰라. 저 너머에 뭐가 있는 지는. 누군가가 말은 해줬지만 아무리 달려도 보이지 않으니까, 달리기만 하는 거야. 그래서 무섭고 두려운데 그만큼 아름다운 거지. 황홀하기도 하고. 좌우를 바라봐도 지평선만 보이는 순간들이,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내가 완전히 그곳을 벗어났다는 걸 실감하게 하거든.
- 돼지는 버릴 게 없어. 비곗살도 사료용으로 들어가거든. 우리 공장으로 들어온 돼지들은 죽는 게 아니야. 사라지는 거지. 내가 너보고 가끔 돼지 같은 년이라고 부르는 건 다 이유가 있어. 칭찬으로 여겨도 좋아. 사람들은 대부분 다 쓸모없잖아. 넌 그런 사람들과 달라.
-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타임으로 들어가서 다시 나는 돼지를 해체시켰다. 반으로 갈라져 고리에 육중하게 걸려있는 돼지들은 차갑고 축축했으며 역겨웠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늘 잠시일 뿐, 난 도마 위 돼지를 내 몸처럼 쓰다듬으며 어떤 때는 집 나간 엄마를 떠올리고 또 어떤 때는 굳은살 박힌 손으로 홀로 수음을 하던 나를 떠올린다. 신다가 온 이후부터는 그녀의 머리, 어깨, 허벅지를 떠올리고, 총대를 휘두르던 군인의 손, 사막을 달리던 신다의 다리, 내몽골 한가운데에서 사정하는 그날 세 명의 쾌감, 또 뭐가 있더라. 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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