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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조진주, 나무에 대하여 : 2017 현대문학 당선작2025-02-1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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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밤, 나무를 베는 꿈을 꿨다. 나는 시퍼렇게 날이 선 도끼를 들고 나무를 향해 있는 힘껏 휘둘렀다. 나무줄기에서 끈끈한 수액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바람이 울부짖고 있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 미친 듯이 찍어대다 정신을 차려보니 사방에 붉은 수액이 흐르고 있었다. 그때 나뭇가지 하나가 내 손에서 도끼를 낚아채 갔다. 거대한 도끼날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 세월이 새긴 깊은 주름들과 수많은 상처 위로 돋아난 새 살의 이미지들이 차례로 그려졌다. 시간의 결들을 고스란히 제 안에 품은 채 더 깊이 뿌리를 내려가는 나무들. 휘어진 나무줄기를 보자 묵묵히 바람에 흔들려온 나무의 시간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돌아가면 나무의 연작을 그려볼까 생각하며 고모를 바라보았다. 커다란 냄비 안을 들여다보는 고모의 허리가 부드럽게 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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