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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이수경, 자연사 박물관 : 2016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2025-03-0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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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이 똬리를 틀고 잠들어 있는 작은 유리 상자 안에서 생쥐는 두려움에 가득 찬 듯한 까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상자를 빠져나올 수 있을까. 혹, 뱀이 먼저 죽거나 어떤 전능한 손이 상자를 열고 생쥐를 들어 올리거나, 그렇다 해도 또 다른 뱀의 먹이가 되겠지만···.


  그는 계속해서 생쥐 앞에 서 있었다. 생쥐를 두고 떠날 수가 없었다.



- 뱀이 어떻게 생쥐를 삼키는지 볼 수 없었다. 어둠에 갇힌 생쥐가 어쩐지 희극적이기도 했다. 희극의 끝은 간혹 비극적이기도 한 법이 아닌가. 그런데 비극의 끝에 희극이 있기는 한걸까. 그러나 모든 끝에서 새로운 방식이 생겨나는 거지.



- 그가 먼 허공에서 정지된 채 매달려 있는 동안 아내는 스스로 길을 찾고 속도를 올릴 수 있을까? 긴 통로의 끝에서 초록빛 유도등이 반짝였다. 밖으로 나가는 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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