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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안숙경, 삼각 조르기 : 2012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2025-03-0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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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종합격투기에 다 있다. 인생을 끊임없는 싸움이라고 봤을 때 종합격투기를 통해 살아가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싸울 준비도 없이 그라운드에 서 있는 당신. 잽으로 상대를 탐색해 보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기만 한 당신. 너무 종합격투기를 무시한 것이다. 격투기는 삶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축소판이라고 여겨진다. 이 경기를 보면 나의 지나온 인생과 나아갈 인생이 한꺼번에 보인다. 어디서 잘못됐는지도 알게 되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도 윤곽이 잡힌다.


- 그라운드 한쪽 구석에서 훌쩍거릴 것인지 승리의 세레모니를 보여 줄 것인지 그것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 여자는 그렇게 생각하느냐면서 누군가는 목숨을 건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유희가 된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 에로틱한 장면을 상상하고 있는데 별안간 여자의 두 다리가 목을 죄어왔다. 자 이 기술이 삼각조르기예요. 상대방을 그로기 상태에 빠트립니다.


- 밤마다 그녀는 한 가지씩 기술을 내게 걸었다. 상대의 등에 올라타서 양다리가 상대의 배를 감아야 하는 백 마운트 포지션, 누워서 방어하는 상대의 팔을 제압해서 어깨의 관절을 꺾는 기무라, 니바, 니어 네이키드초크, 암바, 킬로틴초크 등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우박처럼 쏟아지는 주먹을 맞다 보면 살아 있다는 느낌이 강해졌다. 내가 여자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맞아주는 것뿐이었다. 특히 수많은 기술 중에서 내가 좋아했던 것은 그 여자가 내게 걸었던 격투기 기술 중 하나인 트라이앵글 초크라고 하기도 하는 삼각조르기였다.


-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가다가 잠시 멈추고 자기가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고 한다. 자신의 영혼이 미처 따라오지 못할까봐 걱정되는 마음에서다'. 옥타곤에서 치러진 UFC 경기에서 해설자가 한 말이다.


- 격투기는 우리가 알다시피 마우스피스로 입을 틀어막아 버린다. 입을 닥치고 어찌해볼 도리 없이 때리거나 맞아야 한다. 선수들이 말을 할 때는 경기를 하기 전이나 끝난 후이다. 특히 경기를 하기 전에 상대의 기를 빼기 위해 아주 심한 말을 하기도 한다. 내 성질을 건드리면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얼굴을 깔아 뭉개주겠다. 이렇게 공격적인 멘트를 많이 할수록 그들의 가슴은 공허하다.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언어가 뛰어들 수 없는 격렬하고도 인정사정없는 세계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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