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도를 시작하고 송희는 거울 속의 몸을 더 오래 보게 되었다. 허벅지와 어깨에서 뚜렷해지는 근육들. 바벨에 수없이 긁혀 흉터가 생긴 정강이나, 무게에 눌려 멍이 든 쇄골도 어쩐지 싫지 않았다.
- 들지 못하던 것을 들면 물론 기뻤다. 하지만 버리는 기분은 더 좋았다. 더 무거운 것을 버릴수록 더 기분이 좋았다.
- 버리려면 들어야 했다. 버리는 것과 떨어뜨리는 것은 아주 달랐다.
- 마당에서 방까지 끌다시피 아버지를 옮기며 송희는 생각했다. 자기가 역도를 하며 70킬로그램 80킬로그램을 어렵지 않게 들어 올릴 수 있는 건, 오직 바벨이 바벨의 모양이기 때문임을.
- 더 무거운 걸 버릴 때 더 기쁘다면, 더 무거운 걸 떨어뜨리면 더 화날까.
- 송희는 눈앞의 사람이 버린 것과 버리지 못한 것을 가늠해 보았다.
- 다만 변하지 않는 것. 흥하지도 망하지도 않는, 값이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운이 좋아도 나빠도 그대로인 것. 어떤 비유도 아니고 상징도 아닌, 말하자면 그냥 100킬로그램의 손때 묻은 쇳덩이.
- 모두가 공평하고도 아늑하게 하얀 눈에 덮여서, 미처 닿지 않는 그늘에서도 단정한 마음으로 목도리를 여밀 수 있었던 날. 왼발 오른발을 눈밭에 디디며 빙판과 진창의 시간을 예비하던 긴 겨울의 한가운데. 그날이 송희가 정말로 역도를 그만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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