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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정희선, 쏘아올리다 : 2014 중앙신인문학상 단편소설 당선작2025-04-01 21:20
작성자 Level 10

- 나는 가끔 주변을 둘러보며, 내가 사는 곳이 가상현실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구도, 벽지도, 창 밖의 풍경도-모두 나에게는 내가 속한 현실이 아닌, '잠깐만 가질 것'이었다. 임시로 머무는 곳, '나중'에 제대로 된 것으로 바꿀 것.


- 엄마가 돌아가신 후, 두세 달에 한 번 통화할까 말까 했던 아빠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늘 비슷비슷한 소리만 하다 끝나는 통화. 그것은 나에게, 일종의 생존 확인이었고 때때로 조명탄을 쏘아올리는 일 같은 것이었다. 내가 여기 있다는 것, 여기서 말을 건네고 있다는 것. 당신도, 아직 거기 있느냐는 것.

  그렇게 전화를 걸고 나면, 난파선에 홀로 남은 조난자 같던 내가 그래도 뭍으로 향하는 노젓기를 그만두지는 않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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