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고 싶은 이유보다 살기 싫은 이유가 많았다, 늘. 삶이란 성가시고 귀찮은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잠시 얻은 시간 같은 거라고 생각해왔다.
-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우리를 곰팡이라고 불러. 그 의미를 모르는 건 아니야. 근데 내가 보기엔 세상엔 우리 말고도 곰팡이들이 너무 많아. 곰팡내를 풍기며 살아가면서도 끝까지 자긴 아니라고 하지. 자긴 무너지지 않는다고, 자긴 꿋꿋하다고. 세상 아래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 목숨, 생명이란 건 무거울 때도 있고 가벼울 때도 있으니까요. 옷을 왜 그렇게 자주 바꾸냐는 내 질문에 주인 남자가 말했다.
- 살고 싶어. 살 수 있는 만큼은 살아내고 싶어.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야. 난 태어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결국 태어나고 말았어. 그러니까 살아내는 것만이라도 제대로 해내고 싶어. 난 그 입구 질문이 맘에 들어. 살고 싶으냐는 그 질문이 정말 좋아. 살고 싶다고 고개를 끄덕일 때마다 생명을 더 얻는 것만 같아서. 이 주스, 사실은 디게 맛없어. 피 맛 같은 게 나.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 걸까? 그래도 난 마시고 싶어. 살고 싶어. 호 같은 사람들이 지불한 목숨이 여기 안에 다 있어. 난 그 힘을 빌려서라도 살아내고 싶어. 알겠어? 이런 기분. 카루의 대답이, 그 저직한 눈빛이 난 부러웠다.
- 살아줘. 그래, 마시기 위해 살아줘. 그것만이라도 잘하면 돼. 정답 따위 아무것도 아니야, 없는 게 아니라 아닌 거야. 정답이 없다는 사람들의 말은 믿지 마. 그 사람들의 정답이 호의 정답이 아닐 뿐이니까.
- 당신은 살고 싶습니까? 믿음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상술이라 해도 좋았다. 태어나기 싫었어도 이 땅에 태어나고야 만 이들을 위해, 죽고 싶지 않았어도 이 땅에서 지워져버린 이들을 위해. 나는 그곳을 찾았다. 목숨전문점, 命~INO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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