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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김채린, 모호함에 대하여 : 2003 중앙신인문학상 당선작2025-05-25 15:53
작성자 Level 10

- 사람의 얼굴은 어떤 부분이 극도로 확대되면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지 않는 법이다. 부분으로 전체를 이루는 법이지만 전체가 없는 부분은 아주 모호해져 버린다.


- 내가 그에게 왜 쫓기고 있느냐고 묻는 것은 모호한 일처럼 느껴졌다. 죄든, 생각이든, 사랑이든 분명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니, 없는 것 같다. 의미를 부여하는 이의 의지라면 의지인 것이겠지.


- 우리는 이미 경계가 모호해진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그 안에서는 이미 우리도 없고, 너희도 없고, 우리의 것도 없고, 너희의 것도 없었다. 그래서 모두가 모호해진 사람들. 몇 가지 범주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형의 성격, 취미, 외모, 누군가를 알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거짓인지도 모른다. 그저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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