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제목[소설] 고요한, 나는 보스턴에서 왔습니다 : 2016 작가세계 신인상 당선작2025-03-30 14:59
작성자 Level 10

줄거리를 살펴 보면, 

 

여자는 검은색 옷과 구두를 신고 버거킹에 들어왔다. 나는 여자에게 보스턴이라고 소개했고, 여자는 내 앞자리에 앉아 원피스에 묻은 하얀 새털을 떼어냈다. 나는 십팔 년 전 보스턴에 입양됐다 몇 달 전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나는 여자와 버거킹을 나와 중국인 교회 오른쪽에 있는 원룸으로 갔다.

여자는 욕실로 들어갔고 나는 창밖의 연못을 바라보았다. 연못 속으로 거꾸로 서 있는 중국인 교회가 보였다. 여자는 액자 속의 보스턴이 아름답다고 했다. 나는 시차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보스턴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애완견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장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장이 불러준 주소로 운전을 하고 갔다. 슈나우저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화장비용을 받고 나는 슈나우저를 차 트렁크에 넣고 장례식장으로 갔다.

애완견 장례식장은 24시간 풀가동했고, 나는 그곳에서 장이 뼈를 분골해 전달해 준 유골함을 받아서 장례식장 앞의 수목장 묘지로 가서 유골을 부었다.

보스턴에서도 나는 길을 자주 잃었다. 나는 왜 보스턴에 입양됐을까 생각했다. 양아버지는 나에게 보스턴으로 다시 돌아오라고 전화를 했지만, 나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장이 불러준 주소로 갔을 때 그곳에서 여자를 보았다. 중국인 남자친구가 키웠던 새가 죽었다고 했다. 새는 칼에 찔린 자국이 있었다. 장례식장에서 새의 유골함을 받아 수목장 묘지로 가서 여자에게 그곳에 유골을 뿌리면 된다고 했고, 여자는 나더러 해달라고 해서 나는 유골을 대신 뿌렸다.

중국인 교회 앞에 차를 세우고 여자와 고깃집에 가서 고기를 먹었다. 여자는 고기를 먹지 않고 소주만 마셨다. 여자는 상하이로 간 중국인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깃집을 나와 원룸으로 갔고, 눈을 떴을 때는 아침이었다. 버거킹에서 여자와 햄버거를 먹으며 중국인 교회를 바라보았을 때 제 몸만한 트렁크를 끌고 중국인 교회로 들어가는 남자를 보았다. 그걸 본 여자는 갑자기 햄버거를 먹다 말고 나갔다.

하루 만에 원룸에 온 여자는 중국인 남자가 돌아왔다고 했다. 나는 함께 보스턴에 가자고 여자에게 말했으나, 여자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여전히 시차 적응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침대에서 일어나 잠을 쫓는 약을 봉지 째 입속에 넣었다. 시야가 부예지면서 중국인 교회가 두 개, 네 개, 여덟 개, 열여섯 개로 보였다. 그 사이로 거꾸로 걸어다니는 중국인들이 보였다. 나는 여자가 나를 좋아해 줄 때까지 보스턴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나는 보스턴에서 왔으니까.

 

라는 내용이다.

 

애완동물 장례사로 일하고 있는 보스턴에서 온 나는 중국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여자는 중국인 남자에게 돌아가고, 나는 여자가 나를 좋아해 줄 때까지 보스턴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차 적응이 안되어 잠을 쫓는 약을 먹고, 그 부작용으로 시야가 부예지고 사물이 여러 개로 보이는 증상들이 나타나는데도 내 머릿속에는 보스턴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 뿐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보스턴에 대해 상상하며 이 소설을 읽었다.

보스턴에서 왔지만 혼자 돌아가기 싫은 곳, 그곳이 바로 보스턴이었다.

한국인이지만 보스턴으로 입양되었던 나는, 왜 하필 입양지가 한국이 아니라 보스턴이었는지를 원망하고 생각한다.

애완동물의 죽음도 사람의 죽음과 흡사하고, 애완동물 장례식도 사람의 장례식과 흡사하다는 소설 속의 문장들이 마음에 남는다.

외국으로 입양된 입양아들의 마음과 그 기분, 외국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어정쩡한 경계선상에 선 위태로운 그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이 소설을 읽었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