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서향으로 난 베란다 창문으로 해가 길게 들어왔다. 내 방에는 커튼이 없었다. 내 방은 5층 방이었다. 나는 사이버 민방위 고객센터에서 상담사로 일을 하고 있다. 민방위 훈련을 받을 수 없다는 사연의 갖가지 전화들이 걸려왔다. 나는 일주일 혹은 열흘에 한 번씩 편의점에서 동전을 바꾸어 공중전화 부스에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생긴 습관이었다. 친구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팀장은 나에게 한 시간 먼저 퇴근하라고 했다. 그리고 벨이 울렸고, 아들이 실종되어 훈련을 받을 수 없다는 전화가 왔다. 동사무소에 연락해서 신고를 하라고 안내했고, 전화번호를 알려주겠다고 했으나 여자는 손이 없어서 메모를 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여자에게 외워 보라고 말하며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결혼식에서 후배를 만났고 함께 밥을 먹었다. 후배는 아르바이트를 소개했고, 연락해 주겠다고 했다. 후배는 내 어깨를 털어주려고 하다가 곧 손을 내렸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조끼의 한쪽 어깨가 흐리게 바래 있었다. 조끼 외에도 바래버린 옷들이 꽤 많았고 나는 그것들을 골라내어 헌옷 수거함에 넣었다. 편의점 공중전화 부스로 가서 아빠에게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고, 엄마의 번호로 전화를 했으나 없는 번호라는 안내 음성이 나왔다. 내일은 사무실에 일찍 나가서 그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대신 실종신고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수화기를 그대로 쥐고 있었다. 라는 내용이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공중전화 부스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다. 고객센터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나는 훈련을 받지 못하는 갖가지의 사연을 담은 고객들을 만나 상담을 한다. 결혼식에 입고 갔던 조끼가 색이 바래서 창피했던 에피소드와 햇볕에 색이 바랜 옷들을 싹 헌옷 수거함에 넣고 공중전화 부스로 가서 아버지에게, 엄마에게 전화를 하는 나의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손이 없는 고객을 만났던 내가 그 고객에게 안내해 주는 전화번호를 외우라고 했던 게 미안해서 다시 전화해서 대신 실종신고를 해주겠다는 말이 하고 싶었지만, 손바닥에 메모한 전화번호는 지워져 있었다는 부분에서, 나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고객의 전화번호를 개인적으로 메모할 수 없고, 메모해서도 안 된다. 개인적으로 고객에게 전화를 걸 수도 없고, 걸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이런 설정에서, 상담사이지만 인간인 나의 마음과 배려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