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엄마는 집을 나가겠다고 넉 달 전에 선언했다. 아빠는 엄마가 일찍 퇴근했던 날 여자와 함께 있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선수를 치며 욕을 했고, 왜냐고 물었다. 엄마의 스웨터 속에는 양손이 모두 없었다. 아빠는 집을 나가려는 엄마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엄마는 양손이 없었음에도 척척 요리를 해서 우리에게 먹였다. 도마 위에 있던 엄마의 두 손은 엄마가 해야 할 역할들을 철저하게 수행했다. 아빠는 거의 매일 취해서 들어왔다. 그리고 엄마가 없는 동안 아빠는 엄마의 손들을 은근히 아꼈다. 아빠가 여자를 데리고 집에 들어왔다. 여자는 엄마의 손들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아빠는 엄마의 손들을 때렸고, 급기야 옷장에 넣어 손잡이에 쇠꼬챙이를 걸어 잠갔다. 더 이상 엄마의 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야기가 끝났다. 엄마는 그게 끝이냐고 물었다. 엄마는 우리에게 유부초밥을 먹이고 버스에 태워 보내면서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 엄마와 동생과 나는 함께 산을 올랐다. 산에는 낙엽이 가득했다. 엄마는 우리에게 유부초밥과 볶음밥을 먹였다. 그리고 넉 달 만에 엄마와 함께 집에 왔다. 더러워진 개를 보고 엄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는 어색하게 웃으며 주저하다가 집 안으로 발을 들여 놓았다. 아빠는 돌아온 엄마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라는 내용이다. 아빠가 엄마를 향해 휘두르는 도끼, 아빠의 여자, 도마 위의 엄마의 손들, 양손이 없는 엄마 등의 설정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이 소설이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이야기’ 속의 설정인지 실제 엄마가 양손이 없는지는 문맥상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다만 엄마가 아빠의 행동 때문에 넉 달 전에 가출했고, 따로 살면서도 나와 동생에게 볶음밥과 유부초밥을 만들어주었고, 결국 넉 달만에 어색하게 집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로 이해했다. 잔잔한 한 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잘려진 엄마의 손들이 엄마를 대신한다는 부분에서 조금 낯설었지만 그래도 은유로 받아들이며 이해했다. 엄마의 가출과 다시 돌아온 엄마의 이야기 속에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이야기로 엄마를 다시 집에 돌아오게 만드는 나와 동생의 역할이 조금쯤 낯익게 느껴졌다. 낯익은 이야기를 낯설게 풀어낸 작가의 능력이 부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