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203호 신영주는 불문과 2학년이고 김과 전복이 유명한 남쪽 해안 도시에서 왔고 아버지 직업은 치과 개업의다. 집주인인 나는 세입자 학생들을 CCTV 등으로 관리하며 살고 있다. 전복이의 어머니는 나에게 전복을 선물해 주었고, 나는 살아있는 전복을 아이스박스 채 냉동실에 처박아버렸다. 106호 임혜슬은 경영학과 신입생이고 한우로 유명한 도시에서 왔으며 부모가 한우 갈빗집을 운영하고 있다. 임혜슬은 카드키를 방에 두고 왔다고 하며 문을 열어달라고 초인종을 눌렀고, 이번이 두 번쨰였다. 전복이와 남자애가 CCTV상에서 사랑을 나누다가 사라졌다. 내가 방 두 개짜리 아파트 하나를 굴리고 굴려 여기까지 오는 데 딱 15년이 걸렸다. 전복이 없어졌다. 형사는 CCTV 녹화 화면을 보자고 했고 나는 협조했다. 나는 형사에게 CCTV 자료를 형사가 준 USB 메모리카드에 복사해줬고 형사는 그것을 가지고 조용히 돌아갔다. 나는 전복이의 실종으로 인해 경찰서에서 형사에게 조사를 받았다. 형사들은 내가 어떻게 재산을 모았는지 궁금해했고, 나는 부모님이 지방에 급매로 나온 건물을 보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는 걸 말했다.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었던 그날의 기억을. 전복이는 고향 바다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하며 돌아가도 좋다고 말했다. 임혜슬은 또 초인종을 눌렀고, 나는 또 카드키를 놓고 간 건지 아니면 카드키가 고장인지를 물었다. 임혜슬은 이곳이 빈 집 같다고 하며 누군가 문을 열어줬으면 했다고 말했다. 임혜슬을 업고 남자애가 초인종을 눌렀고 나는 문을 열어주며 임혜슬 방의 호수를 알려주었다. 남자애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 나는 결국 임혜슬의 방에서 나오게 해서 남자애에게 냉동실 안의 전복을 가져가라고 챙겨주며 남자애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며칠 후 인터넷으로 지역신문을 검색해 전복이의 뉴스를 찾아 읽었다. 유서에 따르면 ‘완전한 사랑을 찾은 이 순간을 영원히 지키고 싶어서’ 바다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TV를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가 깼다. 주방 쪽에서 무슨 소리가 났다. 분명히 남자애에게 전복을 줬는데 냉동실 아이스박스에서 수많은 전복들이 기어나오고 있다. 나는 흘러내리는 전복의 물결을 바라보고 문을 열어주다가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더 이상 그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멍하니 서서 저편으로 이어지는 대열을 바라보았다. 라는 내용이다. ‘전복’이라는 제재 하나로 이 소설은 대다수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복이라는 실종되어 시체로 발견된 대학생의 이야기와 전복이 어머니에게 내가 선물받은 아이스박스 안의 살아있는 전복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전복을 임혜슬을 업고 온 남자애에게 선물하는 이야기, 소설 말미에 자다가 깼는데 냉동실 안에서 아이스박스 안의 수많은 전복들이 기어나와 물결을 만들며 흘러내리고 나는 그것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이 소설은 말하고 있다. 중산층 집안의 지방 출신 여학생들이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나 원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처음으로 혼자 살아보는 세상이 외로워서 일탈하거나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였다. ‘빈 집’이라는 단어가 이 소설의 중심 단어인 것 같다. 전복이 어머니가 나에게 선물해 준 전복이 냉장고에 들어가기 전까지 냉장고도 ‘공복’ 상태였고, ‘사람은 많은 것 같은데 아무도 없는 집 같아요. 빈 집......같은 거 말예요.’ 라는 임혜슬이 나에게 하는 말 속에서도 ‘빈 집’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남자애를 보내고 돌아서니 넓은 거실이 눈에 들어온다. 형사는 이 거실을 보고 자기 집보다 넓겠다고 했다. 문득, 내가 빈 집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라는 소설속의 문장에도 ‘빈 집’이 나온다. 빈 집과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며 이 소설을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