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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정지돈, 눈먼 부엉이 : 2013 문학과 사회 당선작2025-04-02 23:27
작성자 Level 10

줄거리를 살펴 보면, 

 

에릭 호이어스는 노르웨이에서 왔다고 했다. 그는 장의 책을 원한다고 했다. <눈먼 부엉이>라는 책으로 사데크 헤다야트라는 테헤란 출신 작가의 작품이었다.

사데크 헤다야트는 1901년에 태어나 1951년에 죽었다. 파리에서 유학하다가 테헤란으로 돌아온 1930년에 첫 단편 <무덤 속에 산 자>를 발표한 사데크는 평생 정부의 검열과 억압을 피해 도망 다녔다. 대표작인 <눈먼 부엉이>는 인도 망명중에 썼다. 사데크가 죽은 후 고국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전위 작가의 자굼이 해외에서 들불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사데크의 작품은 반식민주의 열풍을 타고 네그리튀드의 바이블로 추켜세워졌다. 나라마다 그 흐름을 타고 다양한 형태의 사데크의 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반 남한에서도 사데크의 책이 나왔다. 그게 바로 에릭이 찾는 장의 책 <눈먼 부엉이>였다.

<눈먼 부엉이>는 문래동의 한 출판업자의 손에 있었고, 나는 <눈먼 부엉이>를 받으러 오십이라는 그 출판업자의 집으로 에릭과 함께 갔다. 우리는 오십이 가져다 준 뱅쇼를 마시며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에릭은 <눈먼 부엉이>를 손에 들고 문학이 세계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냐고 물었고 나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에릭이 떠나는 날 장은 니카라과에 있다고 했다. 에릭을 배웅하는 날에는 비가 내렸다. 에릭과 나는 공황 활주로에 떨어지는 빗물을 보며 대화를 나눴다. 나는 가끔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했고, 아무 말이나 하고 싶지만 아무 말이나 들어줄 사람이 없다고 했다. 에릭은 글을 쓰면 삶이 조금 더 비참질 거라고, 그러면 기쁨을 찾기가 더 쉬울 거라고 말했다. 에릭은 비행기를 탔고 나는 그가 탄 비행기가 서쪽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라는 내용이다.

 

장의 <눈먼 부엉아>를 찾으러 온 에릭과 에릭 때문에 <눈먼 부엉이>라는 책을 찾는 나의 이야기, 그리고 장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소설이었다.

문학이 무엇인지, 문학이 세계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지, 소설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씌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사데크 헤다야트가 말했다는 소설 속의 에릭의 말과 사데크 헤다야트를 수집하는 에릭 호이어스에 대해, 인간의 모든 활동은 일종의 편집증이며 그건 자신의 독단적인 의견이 아닌 R.D.랭 이후 줄기차게 이어져 내려온 정신분석학의 한 줄기라는 소설 속의 에릭의 말, 헤프닝은 무의미로 의미를 건져 내는 얼음낚시 같은 것이라는 오십의 말, 당신이 문학에서 원하는 것은 열광이냐는 오십에게 던지는 에릭의 질문과 처음에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모르겠다는 오십의 대답, 궁극적인 목적은 극우파에게 유머를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 한 에릭의 말 등이 마음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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