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어둠이 짙은 밤에 나는 운전을 하며 과속을 한다. 아내도 임화선도 과속하지 말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나는 임화선의 코치를 하나씩 떠올리며 운전을 했다. 한국도로공사가 안내하는 졸음운전 예방법과 반대로만 하면 졸음운전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임화선은 말했다. 자신감을 가지라고, 당신은 죽을 수 있다고 말하며. 네비게이션 DMB 방송에서는 <엠마뉴엘>의 주인공 실비아 크리스텔이 세상을 등졌다는 뉴스가 나왔다. 나는 오늘만큼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운전을 했다. 휴게소에 잠시 주차한 후 공중전화에 동전을 투입해서 임화선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망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장소에 대해 그녀는 말했고, D코스를 추천했다. 나는 나의 기분을 달래 줄 밝고 깨끗한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차를 출발시켰다. 차선들의 움직임과 함께 또 다시 실비아 크리스텔의 <엠마뉴엘>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임화선은 <엠마뉴엘>이 어떻다는 거냐고 하며 짜증을 냈다. 오늘 실패하면 1년은 기다려야 남의 의심을 받지 않는다고 하며 그렇게 오래 기다릴 여유가 있느냐고 내게 따졌다. 나는 내 차로 돌아와 다시 출발했고, 임화선이 정해 준 마지노선까지는 이제 20분밖에 남지 않았다. D코스에 접어들기 전에 회색 봉고차 하나가 내 앞에서 달리고 있는 게 보였다. 잠시 뒤에 급커브길을 알리는 경고 표지판이 나타났다. 봉고차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모습이 보였고, 커브길에 충돌을 완화하기 위해 설치된 폐타이어들을 잇달아 치받는 게 보였다. 나는 내 차를 시속 30킬로미터의 저속으로 운전하며 봉고차를 천천히 지나쳤다. 다시 직선도로가 이어졌고 나는 죽기도 힘든 밤이라고 중얼거렸다. 갑자기 내 차가 허공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내가 살아온 과거들이 달빛을 타고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흘러갔다. 웃음을 그치는 순간 내 차가 허공에서 땅 위로 곤두박질할 것 같았다. 하늘에서 떨어져 죽기 싫어 나는 난처한 웃음을 웃었다. 라는 내용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나는 루게릭병 환자이다. 보험금이 나오면 아내와 딸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어차피 오래 살지 못할 병을 앓고 있는 나는 교통사고로 위장해 자살할 생각으로 밤의 고속도로에 차를 몰고 나왔다. 임화선의 코치를 받으며 나는 밤새 내내 교통사고로 죽으려고 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이 소설에서는 죽음의 결정적인 순간에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이 드러난다. <엠마뉴엘>의 실비아 크리스텔이 죽었다는 소식에 나는 <엠마뉴엘>을 생각하며 살고 싶어지고, 임화선이 정해준 D코스에서도 나는 문득 살고 싶어진다. 소설 말미에 내 차가 허공을 향해 솟구쳐 올라서 다시 땅 위로 곤두박질할 것만 같았던 때에도 나는 하늘에서 떨어져 죽기 싫어 난처한 웃음을 웃는다. 오래 살지 못하는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인 나에게도 죽음이라는 것은 두렵기만 하고, 삶이라는 것은 더 지속하고 싶은 그 무엇이다. 그것이 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희망이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