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어학연수를 위해 프랑스에 온 지 여러 달째에 접어들고 있었다. 결혼과 동시에 그만둔 미술을 다시 해보고 싶어서였다. 파업 때문에 체류 기간이 늘어날 것 같았다. 르블랑 부인은 어학원에서 내게 주선해준 대화 상대였다. 우편함을 확인했지만 대학 입학 허가서가 와 있지 않았다. 나는 르블랑 부인의 집에 갔다. 르블랑 부인에게 파업은 언제 끝나느냐고 물었고, 대화가 끊겼다. 나는 한국어로 부인에게 전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기숙사는 음식을 해 먹으려는 사람들로 소란스러웠다. 음식을 받은 우리들은 통성명을 하고 천천히 대화를 했다.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거짓말로 지어서 들려주었다. 거짓말은 엄마가 나에게 가르쳐주려 했던 가장 건전한 소통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라디오를 타고 파업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사람들의 대화가 성당에서 들었던 성가곡의 가락처럼 들렸다. 나는 그 합창곡에 끼어들기 위해서 굳게 닫고 있던 입술을 살짝 떼었다. 라는 내용이다. 어학연수를 끝내고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입학허가서를 기다리는 나의 일상과 엄마가 나에게 했던 거짓말이라는 소통 방식으로 내가 외국에서 소통하며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외국에서 살아가기 위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나는 거짓말이라는 소통방식을 선택하고 가볍게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진다. 거짓말이라는 게 꼭 나쁜 게 아니라는 것, 때론 가장 건전한 소통 방식일 수 있다는 것, ‘세계가 그럴듯한 거짓말들에 의해서 견고히 다져질 수 있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