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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이은선, 붉은 코끼리 : 2010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2025-04-09 13:45
작성자 Level 10

줄거리를 살펴 보면, 

 

할머니가 사라졌다. 출장에서 돌아온 나는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가족들은 삼촌이 왜 죽었을까 답답해했다. 본부 운영실로 오라는 원내 방송이 들려왔다. 내가 운영실로 가자 팀장이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그때 태국인 조련사 푸앙이 운영실 안으로 들어왔다. 푸앙은 코끼리들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퍼레이드를 취소해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팀장은 푸앙의 요청을 묵살했다. 삼촌은 일급 코끼리 조련사이자 동물 쇼의 사회자였다. 십 년이 지나 스무 살이 된 나도 테마 랜드에 조련사 보조로 들어왔다. 하지만 삼촌처럼 일을 잘하지는 못했다. 사육조장에게서는 늘 술 냄새가 났다.

퍼레이드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쏘냐와 튀라는 절뚝이고 비틀거리면서도 앞만 보고 걸었다. 팀장은 에서 나왔다는 사람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쇼가 시작되었다. 코끼리의 군무가 활기를 띠고 있었다. 축배의 노래에 맞춰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할머니였다. 나는 재빨리 할머니를 향해 뛰었지만 할머니는 멈춰 서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동물원에 가보자고 했지만 아버지가 동물원에 데려다주지 않자 할머니는 살아 있는 사람이 해야 할 모든 행위들을 거부했다. 할머니는 오래 울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난 오늘 할머니가 혼자서 동물원에 온 거였다.

다시 나를 찾는 원내 방송이 나왔다. 할머니는 식물원을 지나 다시 걸었다. 할머니는 삼촌의 사진들이 붙어 있는 코닥 필름 사진관 앞에서 멈춰 섰다. 푸앙이 우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푸앙은 팀장에게 멱살을 잡힌 채 이쪽으로 끌려오고 있었다. 팀장은 내 이름을 불렀고, 할머니가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핏발 선 두 눈은 내가 입고 있는 삼촌의 조련복에 멈춰 있었다. 할머니는 삼촌의 사진을 뗴어내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옷을 가리키며 다가왔다. 팀장과 푸앙도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어느 쪽으로도 가지 못했다.

 

라는 내용이다.

 

동물원의 퍼레이드 쇼와 쇼를 진행하기에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코끼리들, 쇼를 중지해달라고 요청하는 푸앙과 그것을 묵살하는 팀장, 고인이 된 삼촌의 조련복을 입은 나와 그런 나를 핏발 선 눈으로 바라보며 다가오는 할머니, 푸앙의 멱살을 잡으며 나에게로 다가오는 팀장 사이에서 나는 어느 쪽으로도 가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한다.

소설을 읽으며 장면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떠올랐다.

삼촌이 왜 죽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푸앙과 같은 심정으로 조련사로 일하며 삼촌은 심적 갈등을 겪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동물원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 소설 속의 동물원 같아서 읽으면서 마음이 스산했고, 아프면서도 쇼를 보여주는 코끼리들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우리도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코끼리들처럼 쇼를 하며 살아가는 것 아닐까, 몸이 아픈 날에도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의 쇼는 계속되어져야 하고, 그렇게 살아가다가 죽을 고비를 넘길 수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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